[특파원칼럼]美에 매달린 日, 미래만 보라는 美

2012. 8. 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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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친구 없는 日, 美 의존 심화
美는 주변국 갈등 교통정리 못해

[세계일보]한국과의 독도 및 위안부 문제, 중국과 센카쿠 갈등이 전면화한 지난 16일 도쿄 나카타초(永田町) 자민당사.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정조회장은 주변국과의 갈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에서 최근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며 집권 민주당을 비판한 뒤 "동맹국인 미국과의 신뢰도 붕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를 시작으로 이날 정부 여당과 한국, 중국 규탄과 함께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용출 도쿄 특파원

일본의 주요 언론도 사설 등을 통해 센카쿠와 독도 갈등 등을 집중 거론한 뒤 "지역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일 동맹이 완수해야 할 역할은 앞으로도 커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협력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자"(요미우리신문)고 주문했다.

합참의장쯤 되는 자위대의 이와사키 시게루(岩崎茂) 통합막료장은 23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미국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센카쿠 등 일본의 도서방위 공조강화를 논의한다. 독도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동아시아 주변국과 갈등이 불거지면 어김 없이 미국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미국을 통하거나 의지해 냉전 시대에는 아시아 민주주의 보루로, 경제가 뻗어갈 땐 G7(주요 7개국)에 가입해 선진국 대우를 받았고 아시아 각국이 흔들리던 1997년 이후엔 '아시아 역할론'까지 부여받았다. 일본인이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도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보낸 이유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도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본이 절실하다. 말 잘 듣는 일본을 대(對)소련 방어기지로, 1990년대 후반부터 대(對)중국 전진 기지로 활용해 주어진 구도를 유지하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 부진으로 일본의 역할이 더욱 필요해진 상황 아닌가.

그래서 미국은 일본과 맞서는 한국을 역사는 과거이니 미래만 보고 가자고 달랜다. "한·일 양국은 긴장을 해소하고 진정한 국가안보 이익과 미래에 집중하라"('리처드 아미티지 보고서')거나 "이제는 미국의 동북아 양대 동맹(한·미, 미·일)이 두 눈을 뜨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조하라"(랄프 코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퍼시픽포럼 소장)고 말하면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일본에 주변국과의 갈등 해소를 '의연외교' 운운하면서 외면한 채 미국과의 동맹에만 열을 올리게 하는 못된 습관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사를 '미래와 상종 못할 과거'로 봉인하거나 추락시키고, 한국을 동아시아 세력 균형을 흔드는 '나쁜 친구'로 만들어버린다. 일본의 행태가 '신탈아(新脫亞)론'이라고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독도와 위안부 파문, 센카쿠 사태는 영토 및 역사 문제가 동아시아 질서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수십년간 쌓아온 한·일 관계도, 세계를 호령하는 중국과 일본의 대국의 체면도 한순간에 흔들어버리지 않는가. 이는 대체로 영토 문제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사실 역사 문제로, "과거에 안주하면 두 눈을 모두 잃는다"(랄프 소장)고 한가하게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 2000년 이상을 함께 부대낀 동아시아에서 역사는 현실과 미래에도 밀접히 닿아 있는, 화산으로 분출되기 전의 1200도 용암인 것이다.

미국은 역사를 과거라고 치부하고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본 역할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미·일 동맹을 넘어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가시화하고 싶다면 말이다. 더구나 지금 동아시아를 흔들고 있는 문제는 미국이 주도한 2차 대전 전후처리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관계는 미래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까지 공유해야 돈독해진다. 과거 없는 미래는 공허하고 미래 없는 과거는 안이하지 않은가.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일본은 주변국과는 어렵다고 미국에만 달려갈 게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진정한 친구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동아시아가 세계 중심으로 부상한 지금 신탈아론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입만 열면 말하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위해서는 미래만이 아닌 과거와 현재 또한 공유해야 한다. 스스로 역사의 봉인을 풀어라.

김용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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