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벌에 국민은 상당한 지분이 있다

2014. 11. 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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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위기의 삼성과한국 사회의 선택조돈문·이병천·송원근·이창곤 엮음후마니타스·3만5000원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란 존재는 지독하게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총수 일가의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계좌 재산의 사회 환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건희 체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되레 끈질긴 '3대 세습' 작업의 결과 이제 '이건희 없는 이건희 체제'로의 대물림까지 예고하고 있다.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은 삼성이란 숙제에 대해 최대한 폭넓고 심도 있게 파고들어간 종합 보고서다. 20명이 넘는 학자, 노동운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로, 이들 가운데 여럿은 이미 2008년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란 책으로 삼성의 '빛과 그늘'을 조명하며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혁을 주장했던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은 끝내 변화를 거부했고, 백혈병 사망자, 서비스 하청 업체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 등 삼성의 모순이 응축된 '현장'은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고, 이 단체는 참여사회연구소,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등과 함께 여섯 차례에 걸쳐 '다시 삼성을 묻는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 책은 토론회에서 모아진 집합적 노력의 산물이다.

삼성의 문제는 총수 일가가 불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기업을 지배하는 '삼성 재벌'의 문제로부터 나온다. 엮은이들은 "삼성그룹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 삼성 재벌의 사회적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에 삼성은 변화를 거부했다"며 '이건희 체제'의 폐기를 주장한다. 이건희 체제의 핵심은 '총수 일가의 지배·경영권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으로, 이 두 가지를 제거해야 삼성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배 구조 개혁이 지분 상속 및 분할, 순환출자 해소, 금융-산업 분리,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단계적 제도 변화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반면,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는 당장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3대 세습 여부, 즉 삼성 재벌의 변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된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병천·정준호·최은경의 '삼성전자의 축적 체제 분석' 편이다. 삼성은 핵심 공정을 자체 생산하고 협력업체들을 동원해 수직 계열화를 도모하는 것을 특유의 축적 방식으로 삼는데, "이 강력한 수직 계열화 체제에 한국 최고의 재벌계 대기업체로서 삼성전자의 빛과 그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바탕으로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비용과 위험부담, 책임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며 공생의 생태계와 '외부경제' 발전을 억압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소수 내부자의 협소한 이익만 대변할 뿐 다수 대중의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지은이들은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공공금융을 지렛대로 삼아 다수의 이해당사자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지배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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