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와 불법 할인판매, 이상한 쳇바퀴

김원장 2015. 2. 2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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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SKT나 KT LGU+같은 이동통신사들이 파파라치에게 적발된 자사 판매점들에게 거액의 벌금을 받고있습니다. 한 건당 200만 원이 넘습니다. 5건만 적발되도 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통사들은 매월 판매점에 줘야할 판매수수료에서 이 벌금 만큼을 빼고 지급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처벌입니다. 불법 할인판매를 하지 마라는 이통사의 강력한 의지도 엿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할인 판매를 유도하는 것도 정작 이동통신사들입니다.

이런 식입니다.

아이폰 6의 출고가격이 78만원쯤 됩니다. 여기에 합법적인 공시지원금이 25만원쯤 됩니다. 그리고 판매점이 재량껏 줄 수 있는 할인금액이 3만7천원 정도...그러니까 가입자는 50만 원 정도는 내야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판매점주가 25만원 정도를 한 달 뒤 슬그머니 입금해 줍니다. 이른바 페이백(Payback)입니다. 물론 불법입니다. 아이폰6 가격은 덕분에 25만원까지 떨어집니다.

그 페이백 25만원에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이 돈을 판매점주는 어디서 가져올까요? 당연히 이동통신사가 줍니다. 갑자기 특정지역을 상대로 인상된 판매지원금을 뿌려줍니다. 일시적이고 즉각적으로 이뤄집니다.

"갤럭시 5S, 2월 18일 14시 8시간동안 접수분에 한해 40만원 추가 지원" 이렇게 구두로 통보합니다. (문자나 이메일로 하면 기록이 남으니까요) 이렇게 지급된 탄환을 이용해 판매점주는 할인판매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적자를 보며 할인 판매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할인판매를 하다 적발되면 또 이통사에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할인판매를 부추기는 것도 이동통신사고, 할인판매를 했다 적발됐다며 건 당 수백만 원씩 벌금을 받아가는 것도 이동통신사입니다. 참 재밌습니다.

또 하나, 더욱 재밌는 풍경이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할인판매하다 적발된 판매점주들에게 통신사들이 타사 할인판매를 잡아오라고 유도합니다. 그럼 수백, 수천만 원의 벌금을 깍아주겠다는 것이지요. 결국 판매점주들은 타사 할인판매를 잡기위해 직접 파파라치로 나서야 하는것입니다.

아래 SNS 메시지를 해석해드리겠습니다. LG U+에서 갑자기 최대 69만원까지 (불법) 지원금을 내려보내고 있으니 파파라치 나가서 잡아오라는 메시지입니다. SKT가 일부 판매점에 내려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LG U+건을 잡아오면 1건에 250만원, KT건을 잡아오면 건당 200만원의 인센티브를 줍니다. 팀별 최소 2건 씩 잡아오라는 친절한(?) 권유도 덧붙였습니다.

그럼 파파라치로 타사 할인판매를 잡지 못한 판매점주들이나 대리점 직원들은 어떻게 할까?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3의 파파라치가 적발한 건수를 구입합니다. 네이버등 유명 포털사이트 3곳에 '파파라치 적발 건수 매매 사이트'가 있습니다. 파파라치들은 포상금(건 당 최대 100만원)을 받고 또 건당 40만원 정도에 이 실적을 팔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타사 할인판매를 적발하러 다니다 지친 판매점주는 이렇게라도 적발 실적을 사서 본사에 제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물고 물리는 파파라치 게임. 적발되면 안됩니다. 그러니 할인판매는 더욱 교묘해집니다. 믿을 수 있는 회원(?)들에게 뿌려진 한 SNS입니다. 군대 암구호 같은데요, '별사탕 2+0'이나 '한라봉 3+0'은 모두 페이백을 의미합니다.

판매점주들은 이렇게라도 할인판매를 해야한다고 하소연합니다. 젊은 가입자들이 모두 할인판매로만 몰리니까요. 모 휴대전화 거래 사이트에서 '페이백'을 의미하는 '표인봉'을 검색해보시면 압니다. 수천곳의 대리점이 불법 할인판매를 은밀하게 광고중입니다.

물론 적발되면 또 벌금을 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타사 적발 건 수라도 잡아와야 합니다. 그럼 할인판매 하지않으면요? 손님을 잡을 수 없구요. 이 이상한 쳇바퀴의 시작은 어딜까요? 법을 지키지도, 지키지 않을 수도 없는 판매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집니다. 휴대전화 팔기 참 어려워졌습니다...

김원장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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