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구금됐던 활동가 최소 100명.. 한국인 C급 차별"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2012. 8. 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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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영사협정 체결 안돼 '인권 방치'미국·일본인은 체포돼도 하루 이내 영사 면담 허용

미국과 중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업가 빈센트 우(54)는 폭력조직 간 분쟁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6월22일 중국 남부지역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심각한 폐색성 호흡곤란 증세를 갖고 있어 자동 휴대용 호흡 보조기구(CPAP)가 필요하며 고혈압 증세도 있어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약품 반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게 각종 고문을 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닷컴에 따르면 빈센트 우는 체포된 지 21일이 지난 지난달 13일에야 변호사 접견이 허용됐다. 보쉰은 "그가 지역 공안 건물의 서로 다른 3곳의 장소에서 고문을 받았다"면서 "다리를 참을 수 없을 만큼 강제로 벌리게 하거나, 전기봉 등 고문도구가 동원됐으며, 머리를 벽이나 바닥에 계속 처박히면서 며칠 동안 잠도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중 국적자란 이유로 중국에 대한 배반자란 폭언을 들어야 했으며 순수 미국 국적인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인권운동가 김영환씨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중국에서는 외국인들이 수사당국에 체포됐을 때 변호인이나 자국 공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약소국들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자국민들이 인권 침해를 당해도 중국에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인 중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는 한국인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에 집중적으로 노출돼 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1998~2000년 초 국제사회에서 탈북자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자 많은 활동가들이 중국으로 들어갔으며, 당시부터 중국은 혈맹관계인 북한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서 이들에게 본격적인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하다 구금됐던 사람만 최소 100명이며, 시민단체와 연계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인권 활동가가 아니고 마약 밀매 등 범법행위로 중국에서 체포된 한국인들 역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인 마약사범이 중국에서 처음 사형을 당한 때는 2001년이다. 당시 사형수와 함께 공범으로 체포돼 수감 중이던 한국인 박모씨(당시 71세·무기징역)는 로프로 맞고 수염이 뽑히는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내 한국인 수감자는 당시 100여명에서 지금은 625명으로 늘었다.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은 중국 당국에 체포 직후 하루 이내에 영사면담이 허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중국과 영사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수감 초기에 늘 고문 등 인권유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03년 탈북자들을 돕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1년 반 동안 구금생활을 한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영사는 매달 자국민을 면회하면서 가혹행위 여부 등을 조사했지만 18개월간 한국 영사는 두 번밖에 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중국은 미국, 일본 등과 영사협정을 체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아직 체결돼 있지 않다. 영사협정 체결국 간에는 상대국 국민에 대한 구금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영사협정은 한국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구금시설에서 미국인은 A급, 일본인은 B급, 한국인은 C급, 탈북자는 D급으로 분류해 차별 대우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김영환씨 같은 경우는 용기를 갖고 중국의 고문 실태를 폭로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설사 고문을 당했다 하더라도 정신적 충격 때문에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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