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있었지만, 부정 아니라는 상식 밖 당권파

안홍욱 기자 2012. 5. 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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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 이정희, 당 수습대책 공개 거부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에 대처하는 통합진보당 당권파 행태를 놓고 '몰상식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선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도 조사과정의 부실 주장에만 얽매이는 비상식적 논리,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진보정당 최대 위기 국면에 내몰리고도 사태를 안일하게 인식하며 상황을 모면하는 데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뒤따르고 있다.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는 부정 경선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라고 규정했다. 현장투표와 온라인 투표에서 이중 투표, 대리서명 투표 등 부정 투표의 유형도 공개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를 포함한 당권파도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반면 당권파인 김승교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진상조사위 조사결과를 두고 "부정의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다. 알맹이가 없는 황당한 조사보고서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진상조사위에 자파 인사가 빠져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결국 경선에 부정이 있었지만 당 차원의 조사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조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계 비주류인 김창현 전 울산 동구청장은 지난 5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우리는 대통령선거에서 몇 개의 투표함에서 부정선거가 발견돼도 선거 전체가 무효라고 외친다"고 당권파 측 논리를 반박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 발언 중 눈을 감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서성일 기자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공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당권파가 부정 경선에 연루됐음에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연결된다. 당권파는 전국운영위가 의결한 '공동대표단과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후보자(14명) 총사퇴' 권고안을 공개 거부하고 있다. 청년 비례대표 3번인 김재연 당선자는 "나는 합법적이고 당당하다"고 했고, 2번 이석기 당선자는 당원 총투표를 통한 거취 결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저희(선관위) 파악으로는 현장 투표의 부실·부정 의혹 중 확인된 것은 소위 비당권파 후보들의 부정"(김승교 위원장) 등 비주류 측 책임을 오히려 부각하고 있다.

막무가내식 주장도 잇따른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7일 대표단 회의에서 "전국운영위 권고안은 진상조사 보고서가 일방적으로 발표된 이후 그에 기초해 만들어진 여론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인 우위영 공동대변인도 앞서 "조준호 공동대표(진상조사위원장)가 절차를 무시하고 언론 발표를 강행했는데 왜 그런 무모하고 비상식적이고 당원이 원치 않는 행동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당권파가 납득하지 못하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해 당권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도록 했냐는 것이다. 부정 선거 책임을 인정하고 성찰을 하기보다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당권파인 이의엽 정책위의장이 부정 경선의 원인을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간의) 다른 조직 문화"로 돌리는 것도 이번 사건을 느슨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권파가 19대 총선에서 유권자 지지를 받아 13석을 당선시킨 제3 정당임에도 유권자보다 당원 권리를 강조하는 것도 사태의 엄중성을 간과한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당권파가 부정 경선을 주도한 책임을 묻는 것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데는 당권파 핵심 인물인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지키겠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비민주적 패권 집단'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조직(경기동부연합)을 사수하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비주류 측 관계자는 "당권파로선 더 이상 밀릴 경우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위기 의식이 작동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당권파가 이 '고비'만 넘기면 당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총선 당선자 13명 중 당권파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면 지역구 오병윤·김선동·이상규·김미희 당선자 등 4명을 더해 6명이다. 19대 국회에서 당권파가 중심이 되고 당 운영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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