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몰표, 당권파·비당권파·참여당계 가리지않고 나왔다

2012. 6.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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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보당 비례경선 2차 진상조사

농민회·병원노조 사무실 등

소속후보 '몰표' 이해가지만

동원·대리투표 개연성 남아

중앙당 당직자 3명이 5차례

투표 중간 진행상황 열어봐

데이터 조작된 흔적은 없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실·부정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이달 초 새로 꾸려진 2차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동한)는 지난달 조준호 공동대표가 이끌었던 1차 진상조사위보다 훨씬 세밀한 조사를 진행했다. 2차 조사특위는 '소스코드 수정 의혹'이나 '동일 아이피(IP) 집단 투표 실태', '개별 로그기록(데이터베이스로그 기록, 웹로그 기록 등) 분석' 등을 위해 외부에서 전문가도 영입했다. 1차 조사 당시 인적·물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던 온라인 투표 부문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이다.

온라인 투표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전체 투표의 85%가 온라인으로 진행됐을 뿐 아니라, 당권파 등 1차 진상조사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이들이 '온라인 투표에 대한 규명 없이 경선 전체를 광범위한 부정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퇴를 거부해왔던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거취 역시 온라인 투표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 동일 IP 집단투표가 논란의 핵심

온라인 투표 부문에서는 이번 조사로 확인된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논란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와 집단 몰표는 당권파와 비당권파, 참여당 계열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인된다.

특정인에 대한 '무더기 몰표'가 이뤄진 동일 아이피는 대부분 노동조합이나 농민회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의 아이피였다. 노조나 농민회 사무실은 현장 투표소인 경우가 많았다. 당원들의 왕래도 많은 곳이다. 작업에서 컴퓨터를 쓰지 않는 현장 노동자들은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 자체를 곧바로 투표 부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농민회 사무실에서 농민회 출신 후보에게 몰표가 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게 진보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병원노조 사무실에서 보건의료노조 출신 후보에게 몰표가 가고,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철도노조 출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도 이상할 게 없다고 당 관계자들은 본다.

그러나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원선거와 대리투표 등의 부정행위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노조 간부가 투표하지 않은 노조원을 확인하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신 투표해주는 관행이 있었다는 것은 옛 민주노동당 당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조준호 공동대표가 이끌었던 1차 진상조사위도 "동일 아이피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투표행위에서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으며, 특정 아이피에서의 집중 투표가 개별 아이피 투표를 압도할 정도로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석기 의원이 82표의 동일 아이피 투표 가운데 100% 몰표를 받은 현대차 공장 노조 사무실의 경우, 해당 노조 집행부가 이석기 후보와 같은 경기동부연합 정파 소속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차 진상조사특위가 최종 보고서를 통해 1차 조사에서 제기된 이런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내놓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당에서 출당 절차가 진행중인 이석기 의원의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에서 부정이 확인될 경우 이 의원은 더욱 거센 의원직 사퇴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무더기 투표?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와 관련해 또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제주도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270건의 투표가 이뤄졌다는 대목이다. 노조 사무실 등 다른 사례와는 패턴이 전혀 다르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이곳은 제주 출신 오옥만 후보 선거를 도왔던 고아무개씨가 운영하는 건설회사 사무실이었다. 또한 고씨는 지난 1차 진상조사위원회 때 오옥만 후보의 대리인 자격으로 6명의 진상조사위원 가운데 1명으로 참여했다. 노조가 아닌 회사 사무실에서 집단 투표가 이뤄졌고, 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진상조사위원으로 참여한 것 자체로도 조사의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고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건설사 사무실에서 270명이나 투표하는 게 가능하냐'는 물음에 "사무실 한켠에 컴퓨터와 전화를 놓고 오 후보의 선거사무실로 이용했다"며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오 후보를 돕는 이들이 수시로 방문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차 조사위를 이끌었던 조준호 전 공동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고 위원의 참여가 적절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고 위원은 오프라인 조사를 맡았고, 온라인은 다른 위원이 맡았다.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가 아니면 서로 관여를 할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 조직적인 투표 데이터 조작은 없어

최종 보고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 관계자나 조사에 관여한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로그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소스코드 등을 열어본 뒤 투표 데이터가 조작된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전문가가 데이터에 접속한 기록을 확인하고, 지워진 파일 등을 복구하는 등 조사를 통해 투표값 등 데이터 수정이 없었다고 확인한 것이다.

투표가 진행되는 중간에 투표 현황을 수시로 들여다봤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접근 권한이 있는 중앙당 당직자 3명이 5번에 걸쳐 투표 진행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위가 단순히 투표 독려를 위한 것이었는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진상조사특위가 밝힐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소스코드'를 열어본 뒤 이석기 후보의 득표율이 치솟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시간 단위로 세분화해 조사한 결과 득표율이 낮은 다른 후보도 같은 시각 비슷한 패턴의 득표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지난 1차 조사 때 지적됐던 '선거관리 준비 부족과 매뉴얼 부재, 무원칙한 시스템 접근' 등 근본적인 관리 부실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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