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박영준 금품수수 수사] 지출 불분명한 돈 929억.. 일부 정·관계 로비에 쓰인 듯

2012. 4. 24. 1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풀어야 할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파이시티의 비자금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씨에게 줬다고 진술한 로비자금 규모도 확인된 것과 크게 다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지난해 5월 파이시티 회생관리인이 제기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회계법인을 선임해 기업 재산내역을 실사토록 했다. 그 결과 관계사 등에 대한 부당대여금 668억원과 사업인수 관련 부당지출 비용 252억원 등 지출내역이 불분명한 자금이 9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관계사에 많은 돈을 빌려줬는데 실제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며 "회생관리인이 사업인수 관련 부당지출이라고 주장한 내용도 실사를 한 결과 명확한 증명서류가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시티가 이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인허가 관련 로비에 사용했다면 수사는 이제 첫발을 뗀 셈이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한 61억여원과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11억여원의 차이도 규명해야 한다. 이 중 일부는 브로커 이씨가 배달사고를 냈을 개연성이 있다. 로비자금이 제3자를 통해 전해지는 경우 은밀한 거래의 특성상 전달여부를 100% 확인하기 힘들다.

나머지 로비자금 중에서는 상당액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최 전 위원장만 2007년 대선 무렵 5억∼6억원을 받았다고 인정한 상태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의 여러 민원 해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박 전 차관도 '왕차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력 실세였다. 이 때문에 최 전 위원장과 비슷한 액수의 로비자금이 건네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브로커 이씨와 동향인 포항 출신 정관계 인사들과 사업 인허가 과정에 실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들에게도 로비자금이 전달됐을 수 있다.

2006년 5월까지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대통령이 로비에 연루됐거나 로비사실을 인지했는지도 검찰이 풀어야 할 의문 중 하나다.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최 전 위원장과 측근 중 측근인 박 전 차관이 연루된 데다 2조5000억원짜리 초대형 개발사업인 만큼 이 대통령도 관련 사실을 보고받았거나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는 이명박 당시 시장 퇴임 직전에 파이시티의 용도변경 허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