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엑스포 도시' 여수

여수 입력 2012. 5. 16. 19:53 수정 2012. 5. 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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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흥행실패로 상인 울상.. 적극적인 시민 참여 절실

"정말 이 정도일지는 몰랐습니다."

지난 15일 낮 12시30분 여수세계박람회장 정문 인근의 한 식당.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은 뜸했다. 엑스포 장사가 어떠냐는 질문에 주인 성모(68)씨는 "엑스포 대목을 노리고 식당을 리모델링까지 했는데 엑스포 개막 전보다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20여분 머물렀지만 손님은 없었다.

이튿날 비슷한 시각,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여수시 돌산회타운도 썰렁했다. S횟집 주인 박모(59)씨는 "엑스포가 열리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잔뜩 기대했는데 오늘 겨우 몇 상 밖에 못 받았다"며 "그나마 찾아오는 손님들도 '원래 이 가격을 받느냐'고 바가지 요금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엑스포 도시'전남 여수가 침울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엑스포가 지역 발전을 30년 가량 앞당길 것"이라고 들떠 있던 여수시민들은 요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박람회 초반 흥행이 실패하면서 엑스포 특수가 사라진 데다, '바가지 도시'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 있어서다. "여수엑스포에 가면 그다지 볼 것도 없고 고생만하다가 바가지 쓴다"는 말은 여수엑스포의 서글픈 현실이다.

애초 기대는 컸다.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는 하루 평균 10만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어긋났다. 개막 5일째인 16일까지 누적 관람객 수는 15만여명에 그쳤다.

그래서인지 여수에서 엑스포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여수시내 숙박업소들은 방이 남아돌고 식당 업주들은 손님이 없다고 울상이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박람회장과 각종 도로 건설현장에 투입된 수만 명의 근로자와 엑스포 인력 덕분에 돈이 풀리면서 여수가 경제가 좋았다"며 "그러나 공사가 끝나고 이들이 외지로 빠져나간 데다 관람객도 예상보다 저조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직위가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도입한 환승주차시스템은 그나마 찾아온 관람객들의 발길마저 돌리게 하고 있다. 국동 어항단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48)씨는 "여수 외곽에 위치한 환승주차장 6곳과 박람회장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시내를 경유하지 않아 관람객 유인효과가 전혀 없다"며 "도로 막힌다고 관람객들에게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라고 하는 바람에 도로는 한산한 데도 관람객들이 순천이나 광양 등 여수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가 먹고 자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엑스포 특수가 실종된 데는 세 차례 리허설에서 노출됐던 운영과 안내시스템 등의 문제점들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엑스포 흥행몰이의 발목을 잡은 탓도 컸다.

서울에서 왔다는 정모(44)씨는 "전시관 사전예약제는 제멋대로인 데다 아직까지 도우미들은 안내를 제대로 못해 버벅거리고 심지어 매표소 앞에서는 싼값에 암표까지 팔리더라"며 "이런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여수엑스포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상혼과 시민들의 무관심도 엑스포 흥행 실패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쏟아지자 숙박요금을 인하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여수시청 앞에서 만난 김모(54)씨는 "솔직히 그 동안 시민들이 엑스포로 인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라는 지역 숙원사업이 해결되면서 엑스포 성공 개최나 바가지 요금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엑스포를 개최한 여수시민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이제부터라도 시민들이 엑스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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