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신고센터·종합상황실 근무 여건 어떻길래.. 불합리한 수당·처우 열악 '기피 1순위'

2012. 4. 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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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해사건이 발생한 이후 통합 112신고센터와 경찰서별 종합상황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초동수사에 필수적인 각종 정보 수집은 물론 촌각을 다투며 범행현장에 신속히 출동해야 될 경찰관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권력의 촉수나 다름없는 112센터 등에 배치된 경찰관의 근무여건은 열악하다. 획일적 2교대에서 3∼4교대로 전환되는 등 일부 나아졌지만 불합리한 수당지급과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곳 경찰관은 하루 12시간 또는 8시간씩 근무한다. 밤낮 근무는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상응할 보수체계는 마련되지 못했다. 때문에 112센터나 상황실에 근무하는 베테랑 경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112센터는 생활안전과 소속이고 종합상황실은 경비과 소속으로 이원화된 것도 문제다. 112센터는 전국 지방청 16곳 가운데 서울청 등 9곳에 설치돼 있다. 나머지 지방청에도 올해 말까지 추가 설치된다. 상황실은 경찰서 249곳에 별도로 설치돼 있다. 때문에 신고접수와 112지령 과정에서 혼선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남 모 경찰서 지구대 이모(48) 경위는 "3교대로 운영되는 상황실에서 근무할 때는 급여가 한 달 평균 40여만원 줄었다"며 "지구대에 지명이 같아 잘못된 지령이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 월산동에서 범죄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전남 담양 월산면에서 근무 중인 경찰차에 출동 지령을 내리는 식이다. 이로 인해 경찰관들은 수당이 비교적 많은 파출소 근무를 선호하고 112센터의 지령을 과거보다 소홀히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대구 112센터 박모(39) 경사도 "112센터나 상황실은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말뚝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에 승진시험을 준비할 때나 가는 회피 1순위 부서"라며 "잘해야 본전인 대표적인 한직"이라고 했다.

경기경찰청은 지난해 3월 14억원을 들여 수원 등 경기남부권 20여개 경찰서에서 운영하던 112신고 접수를 통합하고 112센터에 4개조 99명을 선발, 배치했다. 하지만 수사경험이 많은 형사계, 수사계 출신보다는 교통계, 민원실에서 근무했던 인력이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우수 직원 배치, 수당 현실화, 근무평점 배려, 지휘관 직속 운영, 112센터와 상황실 통합 등 개선방안을 뒤늦게 내놨다. 그렇지만 인력증원과 예산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천성권 광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2의 수원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112와 119의 통합운영은 물론 국내 비상전화 체계 전반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112신고센터와 종합상황실에 유능한 인력이 갈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우선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라며 "수원사건을 계기로 '일 따로 승진 따로'의 잘못된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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