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판사 전화는 조폭의 "딸이 참 예쁘더군요"랑 비슷"

2012. 3. 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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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두식 교수 트위터에서 "8년 선배 판사의 전화는 청탁"사정당국 관계자 "김 판사, 블로그 글 검토하라 전화했다" 밝히기도

 "국회의원(나경원)과 현직 판사(김재호)의 네티즌 칼질 사건(기소청탁)을 보니 무섭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살인귀 전두환은 그 행위에 대해 욕먹고 감옥이라도 가는데 나경원과 김재호의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트위터 이용자 @doax)

 나경원 새누리당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검찰 쪽에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을 처벌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양심 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가 2일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사의를 표함에 따라 누리꾼들은 "정의가 사라진 사회"라며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트위터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나경원 전 의원이 1일 연 기자회견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하면서, 김재호 판사의 통화내역 등을 공개하고 사건과 관련해 김재호 판사와 나경원 전 의원, 두 당사자를 조사하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나경원 새누리당 전 의원은 지난 1일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제 남편인 김재호 판사는 기소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전화를 건 사실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소청탁을 한 적이 없다'는 엉뚱한 답변만 반복한 채 기자회견을 마쳤다.  

 나 전 의원은 나아가 자신에 대한 의혹제기를 '성추행과 다름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기소청탁 주장은) 서울시장 선거 이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또다른 음해와 꼼수로, 저에 대한 집중적인 음해는 최근 제기된 '1억 피부과'논란에서도 증명되고 있다"며"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거짓 폭로, 성추행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2일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사정당국 관계자가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친일파 나경원, 이완용 땅 찾아주기 등 친일에 앞장섰다'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모씨에 대한 고발사건 기록을 조속히 검토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김 판사가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법관윤리강령을 보면 '법관은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어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사건을 언급한 것은 법관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폭이 채무자에게 '딸이 참 예쁘더군요'라고 얘기하는 걸 상상해보세요. 연수원 8년 선배 판사가 전화해서 자기 아내와 관련된 사건을 묻는 것도 비슷합니다. 전문용어로 앞의 것을 공갈, 뒤의 것을 청탁이라 합니다"라고 썼다. 김재호 판사는 연수원 21기고, 박은정 검사는 연수원 29기 출신으로 김재호 판사가 박 검사의 8년 선배다. 결국 나경원 전 의원이 '성추행' 운운하며 연 기자회견으로 남편의 '청탁 사실이 없었다'고 입증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박은정 검사는 2일 오전 7시55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사의를 표했다.  

 검찰이 박 검사를 조사하면서도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 판사를 조사하지 않는 것을 놓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29일 논평을 내고 "나경원 부부의 직권남용에 대한 조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양심선언을 한 박은정 검사만 경찰이 조사한다고 하니, 이 나라의 사법정의는 코미디보다 못한 수준인가보다"면서 "우리는 나경원 부부와 사법당국의 처신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사법당국의 엄정한 사건 처리를 주문했다.

트위터 이용자 @FrieB***는 "나경원, 어설픈 기자회견으로 넘어가려 하지 말고 통화기록 까라. 박원순(서울시장)도 MRI 깠다"며 통화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deulsem***도 "김재호 판사가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한 내용을 추적하면 금세 들통날 나경원 꼼수의 실체, 검찰은 그저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며 "선한 박은정만 억울하게 사표 쓰게 하고…."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박 검사의 사의 뜻이 알려지면서 분노와 허탈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skn***는"박은정 검사 결국 사의표명. 박성호 기자회장은 해고, 서기호 판사는 재임용 탈락. 반면, 신영철은 대법관, 김재철은 사장, 김재호는 부장판사는? 나경원은 국회의원 공천신청.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요"라며 "분노합니다"라고 썼다. @syoh_5***은 "학생들을 대할 때 기성세대의 추잡함에 고개 들기가 부끄럽다"며 "진실도 많은 대가를 치르는구나"라고 말했다.

 @kangha***는 "박은정 검사가 내부통신망에 사의 밝혔다는 트윗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이게 대한민국 검찰 조직의 현주소인가"라며 "그러면서 과연 검찰이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 검찰, 사법부가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조직인가? 참 슬프다"라고 한탄했다. @park_gy***는 "떠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진실한 사람이 떠나야 하는가? 결국 남는 사람은 거짓이나 불의에 침묵하는 사람만 남는가? 누가 검찰은 지키나요?"라며 검찰 조직에서 정의로운 검사들이 남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부 digital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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