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부산 자갈치 시장 상인 '한숨'
방사능 검사서 안전…일본산 수산물 고작 4%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보이소. 안전하다 아닙니까.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이다 뭐다 의심하는 통에 상인들만 죽어납니다."
추석연휴를 10여 일 앞둔 8일 오후 부산 자갈치 시장.
수산물 매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방사능 측정을 하던 금봉달 어패류조합 본부장이 열변을 토해냈다.
명절 차례상에 많이 사용되는 조기, 돔, 민어, 전어 등에 방사능을 검사해본 결과 나온 수치는 0.3∼0.4 마이크로시버트.
공기 중에 있는 자연상태의 방사능 수치로 인체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다.
"언론보도와 함께 인터넷에 방사능 괴담이 떠돌아다니면서 자갈치 시장 매출이 평소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라며 금 본부장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방사능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하자 부산 수산물 시장에는 '명절 특수'라는 말이 사라져 버렸다.
이날 명절을 앞둔 휴일이라 시민들의 발길은 꽤 이어졌지만 원산지를 물으며 상인과 옥신각신하는 시민의 풍경은 여전했고, 상인들도 이전만 못 한 매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어, 고등어 등을 판매하는 최모(72) 할머니는 50대 주부 박모씨가 원산지를 물으며 몇 번을 망설이자 "의심할 필요없다. (방사능) 그런 거 아니다"면서 "(민어를 가리키며)이건 원양어선, (고등어를 가르키며)저건 국내산"이라며 핏대를 세웠다.
결국 2만원짜리 민어 2마리를 집어든 박씨는 "그래도 제사는 지내야 하니까 산다"면서 "물고기가 국적경계를 알고 헤엄치겠느냐. 일본산이든 아니든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편과 장을 보러 나온 윤모(58·여)씨도 "이슈에 둔감한 내가 (방사능에 대해) 알 정도면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라면서 "명태, 생태는 먹지도 사지도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탓일까. 이날 자갈치 시장에서는 명태·생태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제주산 은갈치를 파는 곳에는 단지 일본과 가까운 해역에서 잡혔다는 이유만으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시민의 불안감이 극도에 달하자 부산지역 행정기관과 정치권에서 자갈치 시장 등을 찾아 의혹진화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서병수, 하태경 의원 등 8명은 이날 자갈치 시장을 방문해 지영애 부산식약청장의 현안 보고를 받으며 수산물 상인들의 고충을 듣는 간담회를 가졌다.
지 부산식약청장은 간담회에서 "부산에 수입되는 수산물은 러시아산이 47%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중국, 미국, 베트남, 세네갈 등"이라면서 "일본산은 7위로 고작 4% 정도에 불과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방사능 검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언론의 수산물 의혹보도에 행정기관이 부화뇌동식 대응으로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SNS 등에 확산되는 괴담 등에 대해서는 당원 모두를 동원해서라도 적절한 해명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의 국회 보건복지위 오제세, 이목희, 이언주 의원 등도 부산 감천항 수입식품검사소를 방문해 수산물 오염실태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고 검역 강화를 위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주문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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