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MB정부 국책사업..건설사 '담합잔치' 드러나

2014. 4. 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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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유경수 이지헌 기자 = MB 정부 때 야심 차게 추진됐던 대형 토목사업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담합이 횡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에 투입된 국가 예산은 무려 3조8천억원, 경인운하 사업에 들어간 돈은 2조2천500억원에 달한다.

건설사들은 이들 사업에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을 가장해 투찰 가격을 담합하고 공구를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이문을 챙겼다.

건설사들의 '몹쓸' 관행도 문제지만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사업을 정권 내에 완공하겠다는 욕심으로 꼼꼼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편 4대강 2차 턴키사업 및 호남고속철도 등 굵직한 국가사업이 줄줄이 공정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추가적인 과징금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사전모의로 나눠먹기식 낙찰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와 경인운하 사업 입찰과정에서 보여준 건설사들의 비리행태는 비슷하다.

경인운하는 서해와 인접한 인천시 서구 경서동과 행주대교 인근인 서울 강서구 개화동 일대를 잇는 대규모 토목사업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총사업비 2조2천458억원을 들여 경인운하사업을 시작, 2011년 공사를 마무리했다. 입찰담합과 관련한 6개 공구에 책정된 발주금액은 1조3천485원이다.

사업계획이 확정되자 건설사 영업 및 토목담당자들이 은밀히 모여 공구배정을 사전에 합의하고 합의대로 들러리 투찰에 나서거나 입찰을 포기하는 방식이다.

경인운하사업으로 1995년부터 민자사업으로 진행되다 2008년 12월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행하는 정부재정사업으로 전환했다.

정보를 입수한 삼성, 현대, 대우, GS, 대림 등 이른바 '빅6'의 영업부장과 토목담당 임원들은 같은해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시내 음식점 등에서 수차례 만나 각 사가 참여할 공구를 사전에 결정했다.

제1공구는 현대건설, 제2공구는 삼성물산, 제3공구는 GS건설, 제5공구는 SK건설, 제6공구는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간에 조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어 이들 건설사는 2009년 4월 23일부터 5월 4일 6개 공구입찰 시 공구분할 합의대로 투찰, 사업을 따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비리도 적지 않았다.

제3공구 들러리로 참여한 동아건설은 설계용역사에게 처음부터 '싼 설계'를 의뢰했고 설계용역사는 용역비 상당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사용했다.

제1공구 들러리사인 현대엠코는 투찰 전 자신이 설계한 핵심 설계도면을 현대건설에 주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4대강 조사…추가 과징금 폭탄 예고

공정위가 지난 정권 말부터 지난달까지 입찰담함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공공 공사는 4대강 사업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대구지하철 3호선 건설공사 등 3건이다.

4대강은 2012년 보(洑) 건설을 위한 1차 턴키공사 담합 혐의로 컨소시엄을 주도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 8개 건설사에 대해 총 1천11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검찰은 이후 수사에 착수해 건설사들의 전방위 담합비리를 확인하고 11개 건설사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지난 2월 재판에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사장은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대건설 전무는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고 국회에서도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추가 부정행위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인천 도시철도 2호선 공사는 입찰에 참여한 21개 건설사에 1천322억원,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는 12개 건설사에 401억원이 각각 부과됐다.

공공건설공사 입찰담합에 관한 조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MB정부 시절인 2008~2010년에 발주한 다른 대형 턴키공사(설계부터 시공까지 건설사가 책임)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입찰 담합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천환경 정비와 준설을 위주로 한 4대강 2차 턴키공사와 총인시설 설치 공사에 대한 담합여부도 조사하고 있어서 담합 행위가 적발되면 또다시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이밖에 부산도시철도, 호남고속철도 등 굵직한 공공발주 사업에서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적 입찰담합 개선해야"…건설업계 "제재로 어려움 가중"

전문가들은 대형 공공공사에서 건설사들이 나눠먹기식으로 담합한 사실이 거의 관행처럼 이뤄졌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대형사업에 들어올 수 있는 대형 건설사가 한정되다 보니 국책사업을 조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담합의 유인이 자연스레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가 답합 제재를 엄격히 해야 할 뿐 아니라 담합을 막기 위한 입찰 프로세스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4대강, 경인운하 등 대형사업은 건설사에 일거리를 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 본다"며 "공공입찰 담합은 국민의 세금이 낭비된 것인 만큼, 감사원이 공무원 비리를 감사하고 검찰 수사 단계까지 가야한다"고 비판했다.

건설업계는 장기화한 건설경기 침체에 공정위의 제재까지 덮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또한 부정당 업체로 지정돼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될 수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턴키공사 입찰에서 참여 업체들끼리 입찰 공구를 나누는 등의 행위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추가로 담합이 적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건설업계 침체 등으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담합 사실을 알고 눈 감아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다만 과징금 수위를 정할 때 경영상황 등은 정상참작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yks@yna.co.kr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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