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은 제2 북한 만드는 길

조철환 2015. 3. 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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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美 의회 연설에 정치권 양분

"핵 시설 잠시 중단…나쁜 협상"에

공화당ㆍ보수진영 기립박수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 모욕하는 연설…눈물 날 뻔"

예상대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정치권을 양분시켰다. 이란과의 핵 협상이 '제2의 북한'으로 유도하는 길이라며 미국 정부의 이란과의 핵협상을 비판하자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열광한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3일 미 의회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벌이는 이란 핵 협상은 '아주 나쁜 협상"이며, 지금과 같은 협상이 계속되면 이란도 결국 북한처럼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핵 협상에서 서방의 가장 큰 양보는 이란의 다양한 핵 시설을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라면서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는 그대로 작동되고 또 다른 수천 대의 원심분리 역시 파괴되지 않고 잠시 가동이 중단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과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알고도 이를 멈추지 못했다"면서 "북한은 당시 핵 시설에 대한 감시 카메라를 끄고 사찰단을 쫓아냈고 결국 그로부터 수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협상은 아주 나쁜 협상이다. 나쁜 협상을 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면서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이란의 급진 정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며 핵확산 방지를 목표로 하는 이번 협상은 오히려 핵무기 경쟁만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설로 미국 정치권과 여론은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에 입장하는 순간은 물론이고 이란을 테러집단으로 몰아세우는 주요 대목마다 기립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연설 직후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백악관과 이란의 협상에 대해 미 의회도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다른 의원들도 핵 협상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대 이란 추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의 의회 연설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에 아주 무거운 짐을 새로 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아는 한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는 새로울 게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을 막는가 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 점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실행 가능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또 "제재만으로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간의 증거로 확인됐음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아예 이란과 협상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연설 후 내놓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모욕하는 이번 연설을 듣고 슬펐다. 연설 내내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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