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유독성 알고도 제품 판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살균제 원료의 독성 정보를 알고 제품을 판매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내의 한 화학연구소 연구원 ㄱ씨는 1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제가 터진 2011년에 (옥시 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한빛화학을 방문해 가습기 살균제 공정을 지켜보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주로 쓰이는 화학물질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살펴봤다"며 "MSDS 자료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흡입)하지 말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ㄱ씨는 "화학물질의 위해성 등을 기록한 이 자료는 원료사인 SK 측에서 만든 것이며 업체 간 화학물질을 거래할 때 첨부하게 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보면 제조원이 한빛화학으로 돼 있다. 한빛화학은 옥시가 제시한 '레시피'에 따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의 제조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것"이라면서 "통상적으로 옥시 역시 (흡연하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간) MSDS를 알고 있었고 이 유해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제품을 팔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PHMG의 독성을 알았던 것은 10여년 전부터였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SK 측이 PHMG를 만들어 호주에 수출하면서 호주 정부기관에 흡입독성에 관한 자료를 2003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SK 측은 PHMG를 호주에 수출하기 위해 호주 법에 따라 '국가산업화학물질 신고평가기관(NICNAS)'이라는 정부기관에 독성 정보를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호주 정부기관의 보고서는 PHMG는 흡입독성이 있으며 상온에서 분말 형태로 존재하는 PHMG가 비산돼 호흡기로 흡입될 경우를 대비해 노동자는 보호장비를 갖추고 작업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통상적으로 독성 확인을 하는 데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SK화학(현 SK케미칼)은 2000년 전후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흡입독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 측은 "PHMG가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이 제품의 용도를 공업용 항균제로 규정했고 유해성 정보를 모두 MSDS에 밝혔다"고 해명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7년 한국에서 최초 출시됐으며 2011년 사실상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연간 판매량이 약 60만개에 가까웠다. 적어도 제품 판매 초기인 2003년부터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PHMG를 쓰면서 독성 사실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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