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피해 4번째 마린시티.."해일위험지구 지정 시급"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20분만에 해일이 밀려오면서 문짝이 다 날아갔어요. 보이지 않는 피해가 더 클 겁니다"
역대급 초가을 태풍 '차바(CHABA)'가 한반도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뒤 6일 부산지역 곳곳에서는 해일피해로 인한 시설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마린시티' 해안도로에 인접한 상가들은 파도가 덮쳐 유리창이 통째로 깨지고 가게 집기류가 쓸려나가면서 널부러진 잔해물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가게안까지 밀려들어온 흙더미를 쓸어담던 한 가게 주인은 "어제 오전 10시만 해도 비바람이 심하지 않아 괜찮을 줄 알았다"며 "20분만에 덮친 해일로 문짝이 다 날아갔고 연석도 가게안으로 밀려들어와 일일이 빼내야 했다"고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 5일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집채만한 해일이 밀려들어왔던 '마린시티'에서는 파손된 보도블럭과 기울어진 대형 가로등이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됐다.
만조시기와 겹친 태풍 월파현상 때문에 지난 2005년 조성된 '영화의 거리' 해안도로와 마린시티 내부 1만㎡ 구간의 보도블럭이 유실되거나 부서졌다. 강풍과 대형 파도에 휩쓸려 쓰러지거나 기울어진 대형 가로등 10본은 누전 위험이 있어 임시조명등으로 교체됐다.
이같은 마린시티 지역의 태풍 피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와 2010년 8월 '덴무', 2012년 7월 '볼라벤'과 '산바' 등 태풍이 상륙하거나 직접 영향권에 들 때마다 해일로 인한 심각한 침수피해를 입었다. 올해 태풍 '차바'까지 합하면 마린시티가 조성된 이후 4차례에 걸쳐 해일피해를 입은 셈이다.
이번 태풍의 피해규모는 마린시티와 해운대 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청사포 일대 공공시설만해도 26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태풍의 침수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올해 3월 진행하다 중단했던 해일위험지구 지정과 방재시설 정비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자치구 내부에서도 해일 위험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해일위험지구 지정 타당성 용역조사'를 실시했으나 약 700억원 상당의 방재시설 예산확보와 발목이 잡히면서 일시중단됐다.
국민안전처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서 국고지원 또는 시비를 얻으려 했지만 매립지 특혜 논란과 '부촌'에 투입되는 방재예산 편성문제와 맞물려 부정적 견해를 설득하지 못했다.
이면에는 충분히 예상되는 재난 안전대책보다 주민들의 반대여론에 휘둘려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지자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국민안전처와 해양수산부의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이라며 "태풍 또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범위 조사를 완료하면 오는 11월 쯤에 해일위험지구 지정 타당성 용역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는 오는 10월 국민안전처와 부산시가 지정한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오는 11월 안으로 마린시티 해일위험지구 타당성 용역 계획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와 구는 2017년 3월 길이 650m의 방파제와 690m의 호안을 설치하는 해일방재시설 설계용역을 실시하고 오는 2020년까지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린시티입주민대표연합 김애경 회장은 "매번 태풍이 있을때마다 반복되는 해일피해를 겪으면서 단순히 해안도로 방파제 벽을 높이는 것보다 파도 자체의 위력을 줄이는 방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해일위험지구 선정은 입주민들 간에도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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