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상의 시나리오..카피캣으로 몰린 삼성

이종현 기자 2012. 8. 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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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각자 안방에서 1승씩을 챙겼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IT 시장인 미국에서 대승을 거둔 애플이 사실상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 디자인 특허까지 챙긴 애플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5건을 고의적으로 침해했다며 10억4934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애플이 당초 요구했던 25억2500만달러보다는 적지만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이날 배심원단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결론 내린 특허는 바운스백, 스크롤링, 멀티터치 줌 등이다. 바운스백은 전날 한국 법원에서도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인정한 기술이다. 하지만 바운스백은 현재 삼성전자가 사용하지 않고 있어 큰 타격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디자인이다. 처음부터 이번 소송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배심원단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판단한 특허 중에는 디자인 특허도 포함됐다. 한국 법원은 애플이 주장한 디자인 특허 6건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인정받은 셈이다.

애플이 인정받은 디자인 특허가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라면 문제가 커진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앞으로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디자인을 사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화면 속 아이콘을 '가로 네 줄, 세로 다섯 줄'로 배치한 디자인도 애플이 특허를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이 됐든 앞으로 스마트폰 외부 디자인이나 내부 이용자인터페이스(UI)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 카피캣 오명 쓴 삼성전자

삼성전자로서는 통신특허를 챙기지 못한 것보다 애플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오명을 쓴 것이 더 큰 타격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카피캣(copycat·모방하는 사람)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날 배심원단의 결정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이번 소송의 배심원단은 특정 회사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IT와 무관한 일반인들로만 구성됐다. 특히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단에게 준 평결지침은 디자인 특허 침해 기준을 '삼성전자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하고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할 정도로 비슷하다고 느낀 셈이다.

미국 현지의 전문가들 반응도 비슷하다. 애플이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의 칼럼리스트인 크리스 오브라이언은 "이번 평결로 애플은 업계의 혁신기업이자 업계 리더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삼성전자는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러브 산타클라라 로스쿨 교수도 "애플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평결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 다른나라 소송에 영향 줄지도 관심사

앞서 삼성전자는 한국 법원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소송 규모가 작고 대상 제품들도 이미 두 회사의 주력 제품들이 아니었다. 반면 미국 소송은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사활을 걸고 진행했던 소송이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배심원 평결이 미국 법원의 최종 판결은 아니다. 이달 13일 리서치인모션(RIM)이 엠포메이션 테크놀로지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이 평결했지만, 판사가 이를 뒤집은 적도 있다.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 평결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다른 소송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9개 나라에서 30여건의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애플의 삼성전자 통신특허 침해를 인정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모두 두 회사의 특허 침해가 없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판결로 앞으로는 나머지 국가들도 애플 쪽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항소가 확실한 상황에서 배심원단이 아닌 판사가 직접 판단을 내리는 고등법원으로 가면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IT에 문외한인 배심원단보다 판사들은 보다 전문적인 입장에서 판결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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