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대우조선 살릴 수 있을까.. 금융당국 '속앓이'

입력 2016. 8. 9. 19:37 수정 2016. 8. 1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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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계획' 발표 두달 지나 분식회계 불거져

KDB산업은행은 두 달 전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마련한 1조8500억원 규모에다 3조4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실행해 “최악의 경영상황에서도 생존할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주주인 산은과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작년 10월 마련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계획도 이행 중이다.

정리하면 국책은행인 채권단이 4조원대 ‘혈세’를 지원하고, 대우조선은 허리띠를 졸라매 5조원대 유동성을 확보하면 ‘수주절벽’ 등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생존 계획’은 의심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대우조선의 숨은 부실과 비리 혐의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우조선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자구안을 이행해 생존 여건을 마련해야 할 현 경영진마저 회계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겉으로는 태연하다. 한 고위관계자는 9일 “검찰 수사는 진행 중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며 “정상화 방안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속앓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최근 몇 가지 좋은 소식이 들리는 건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인데, 검찰 조사로 정상화 계획이 제대로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비리는 명명백백히 밝혀 엄하게 처벌하는 게 맞지만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 경영진의 1200억원대 회계사기 혐의에 대해 “장래 공사에 얼마가 들어갈지 추정하는 예정원가는 경영판단으로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데 이를 분식회계로 볼 수 있는 건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적과 걱정은 검찰 수사에 따라 대우조선의 생사가 갈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정 사장이 회계사기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정상화 프로그램의 추진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법정관리→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속앓이를 하는 것은 대우조선 생존계획이 실패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대우조선 인력이 5만여명”이라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만약 법정관리로 가 청산 수순을 밟게 된다면 그 여파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생사에 조선 빅3 중 2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살지 못한다면 지역이 다르고 사업도 다변화한 현대중공업은 괜찮겠지만 삼성중공업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과 협력 관계인 1000여 기자재업체가 삼성중공업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이날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일 대비 3.05% 뛰어 13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30% 이상 상승했다. 대우조선은 이달 29일까지 거래정지가 연장됐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대우조선의 부실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대주주인 산은이 전·현 대우조선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라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을 금융위와 산은에 보냈다고 밝혔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 단체는 또 산은 대주주인 기획재정부에도 공문을 보내 대우조선 감독을 소홀히 한 강만수·홍기택 전 회장 등 전·현직 산은 이사를 상대로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라고 요구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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