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가졌다면, 정규직이었다면" 구의역 사고 추모행렬

김민중 기자 2016. 5. 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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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사진=김민중 기자

"고인이 자본을 갖고 있었다면 저렇게 끔찍하게 돌아가셨을까요. 고인이 정규직이었다면 저런 정비 상황에서 근로하고 있었을까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0일 오후 5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잠실 방향 플랫폼 9-4 스크린도어에 붙은 포스트잇이다. 지난 28일 이곳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은성PSD 소속 직원 김모씨(19)가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가 시작됐다. '포스트잇 추모'는 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화장실 살인'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사건을 두고 '안전의 외주화'에 따른 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의역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관리를 비롯한 안전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외주업체가 제한된 인력을 운용하다 10대 젊은이가 홀로 숨지는 과정 모두 안전보다는 '비용절감'이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포스트잇보다 대여섯 배 큰 A4 용지에 추모글을 적은 함모씨(27·여·대학원생)는 기자에게 "사고의 원인을 개인과실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화가 나 나왔다"며 "외주화, 최저가 입찰, 하청, 재하청 등 시스템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4 용지에 "2013년 1월 성수역,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이 밖에도 "ㅇㅇ(희생자 이름)야 미안해! 너무 힘들었지? 이제 편히 잠들어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 "애통하고 슬픈 일입니다 평안하기를…" 등의 포스트잇이 스크린도어에 붙었다. 포스트잇 밑으로는 국화꽃 두 송이가 놓여 있었다.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닫힐 때마다 국화꽃 꽃잎들은 가볍게 떨렸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광진경찰서는 전날 구의역 관계자와 은성PSD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앞으로 서울메트로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당일 부랴부랴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외주를 주는 것에서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떠안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의 유가족은 경찰과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빈소를 차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작은 아버지는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메트로 관계자가 찾아와 빈소를 차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면서도 "이번 사고를 개인과실로 몰아가는 듯한 이야기를 해 말을 끊고 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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