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4억 달러도 어디에 썼는지 아무도 안 챙겼다

이영종 2016. 2. 1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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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북 황철, 매달 마카오서 인출개성공단 자금, 현금트럭으로 옮겨군사비 전용 우려 목소리 높았지만당시 정부·국회 아무런 조치 안 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한 달여가 흐른 1999년 1월 15일 오후 마카오의 차이나뱅크. 밴 차량에서 내린 북한 황철 참사가 아태평화위원회 명의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100달러 지폐로 2500만 달러였다.

100장씩 2500다발이나 되는 거액은 평양행 행낭에 담겼다. 이날을 시작으로 현대는 4억 달러 넘게 관광 대가를 북으로 보냈다. 관광객 숫자와 무관하게 7년간 총 9억4200만 달러(현재 환율로 1조1379억원)를 주기로 한 럼섬(lump-sum, 일시불) 방식의 계약에 따른 것이다.

 첫 관광선 출항 때 ‘햇볕정책의 옥동자’로 찬사받던 금강산 사업은 ‘대북 퍼주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천문학적 현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다. 겉모습은 ‘민간’을 표방했지만 북측 사업자인 아태평화위가 노동당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 산하기구라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달러가 핵무기가 돼서 돌아왔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관광객이 급감했고, 현대는 대가 지급을 연체하는 사태까지 몰렸다. 결국 2008년 7월 북한 경비병의 우리 관광객 피격 사망 사태 직후 금강산 관광은 문을 닫았다.

 2004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은 달라 보였다. 단순 관광비용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남북 경협 사업이란 측면에서다. 하지만 가동 1년을 넘기면서 ‘1달러 노동 착취’ 논란이 불거졌다.

미 국무부의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는 2006년 4월 하원 청문회에서 “임금이 북한 당국에 달러로 지급돼 노동자들이 실제 얼마를 받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 등을 내며 반격했다. 이관세 당시 정책홍보본부장은 “미국 특사가 직접 공단에 가보면 우려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그해 11월 공단 임금으로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생필품을 구입한 영수증을 입수했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통일부는 반색했다. 하지만 생필품을 해외에서 사들인다는 게 논리에 맞지 않고, 서류의 신빙성도 의심받는 등 논란만 커졌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은 현지 우리은행 지점에서 달러를 인출해 북한 총국에 임금을 갖다 준다. 월 1000만 달러(지난해 총 1억1138만 달러) 가까운 현금 다발이 무장요원이 탄 현금트럭에 실려 평양으로 옮겨진다. 계좌송금이 아니다. 개성공단 임금 전용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다.

대형 뇌관은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 때 4억5000만 달러 비밀송금에서 터졌다.

2012년 3월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연구원은 현대가 금강산 자금 4억 달러 외에 추가로 4억 달러를 보냈다”고 폭로했다. 김대중 정부는 “부시 행정부 매파들의 엉터리 보고서”라고 부인했고, 북한도 “한나라당(당시 집권당)의 모략극”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특검 시작 1년 만인 2004년 3월 대법원은 “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 4억5000만 달러를 보낸 건 위법행위”라며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김보현 국정원 3차장은 특검에서 “북측이 군사비로 전용할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일었다.

 1998년 말 금강산 관광 출범 직전 통일부는 “관광 대가로 건네진 북한의 달러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걸쳐 통일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는 15일 “그런 리스트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하태경 "개성공단뿐 아니라 금강산자금, DJ 5억도…"

 개성공단 임금 전용을 막기 위해 노동자에게 주는 직불제를 도입하라고 노무현 정부를 압박했던 당시 야당(한나라당)은 막상 2008년 집권한 이후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렇게 7~8년이 흘렀고, 지난 11일 개성공단 문이 닫히자 통일부는 “임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에 상납됐다”고 뒷북 논란을 일으켰다. 원칙 없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 국회, 정부 당국, 일부 전문가 그룹의 태도가 자금전용 논란을 증폭시켜온 주범인 셈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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