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공개] '아들을 죽일 수는 없었어요' 수류탄 훈련병 어머니의 편지 ①

최고운 기자 2015. 11. 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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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류탄 투척 중 다친 손지환 훈련병 어머니가 그동안의 경과와 언론 보도가 나가게 된 경위, 이후의 상황을 정리해 SBS에 보내오신 편지입니다. 어머니의 동의를 구하여 공개합니다. 

제 아들은 멀쩡한 모습으로 입대한지 3주만에 오른손을 잃고,이빨이 3개 부러지고, 머리에 금이 가고, 파편이 오른쪽 눈에 박히고 각막이 손상되고,얼굴과 코에 수십개의 파편이 박히고 봉합수술흉터와 수류탄 색소가 박히고,오른쪽 귀의 고막이 찢어지고,어깨,옆구리,무릎 등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9시간의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5일간 있었고 산소호흡기를 3일간 끼고 있었고 10일넘게 오른쪽 눈은 떠지지도 않았고 입술이 부어서 입이 벌어지지도 않고 이빨이 아파서 먹지도 잘못했습니다.

제 아들의 얼굴과 머리 목 온몸에 꺼내지 못한 수십개의 파편이 남아 있습니다. 머리의 충격과 정신적 충격 때문에 두통을 항상 호소하고, 없는 오른손이 아픈 환상통에 시달리며 진통제와 환상통약, 우울증약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경대병원에서는 파편 위치를 찾기도 힘들고 꺼내려면 머리와 얼굴을 열어서 다 헤집어야 되고 그러면 신경을 다칠수 있으니 안꺼내는게 나을거라고,후유증은 없다고 했지만,지금도 파편맞은 왼손 엄지가 아파서 항생제를 3주가량 먹었고 지금은 약은 안먹지만 아직도 아프다고 합니다.

귓바퀴가 계속 아프다고  했는데 며칠전에는 아픈 부위를 만지다가 파편 하나를 빼내기도 했습니다.    

처음 경대병원에서 한달간 치료 받다가 군에서는 군병원으로 빨리 데려가기 위해 국군 대구병원으로 가면 정신과에서 심리치료도 받을수 있다,치과에서 임플란트도 된다, 군병원에는 간병인이  못들어가지만 저는 2인실을 준비해서 아들 간병 할수 있게 해주겠다해서 국군대구병원으로 갔습니다.

저는 아들의 심리치료가 제일 중요했고  경대병원에서는 입원환자는 정신과 교수님의 진료를 받을수 없다고 해서 바로 군병원으로 갔습니다. 대구병원으로  처음 갔을때 그 분위기나 환경때문에 너무 서글퍼서 다친거도 억울한데 이런곳에서 치료를 받아야한다는게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고 밤에는 아들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숨을 헐떡이고 진정을 못하고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다음날 정신과 진료를 받으니 우울증 점수가 높다고 여기는 심리치료프로그램이 없으니 수도병원가서 치료 받으라고 하였고, 치과에서도 여기서는 임플란트 안되니 수도병원가서 치료받으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아들을 또 다른곳으로 데려가라했습니다. 군병원으로 옮긴후 아들의 두통과 환상통은 더 심해졌습니다.

당장 옮길수는 없고 군병원은 재활의학과가 없어서 경대본원과 치과병원으로 외래 진료를 다녔습니다. 50분이 걸리는 거리에  차를 타면 머리가 더아프고 골이 흔들려 속이 안좋다며 몸을 떨며 배를 잡고 힘들어했습니다.

이러다간 아들을 죽이겠다 싶어서 경대병원으로 입원을 결정했고 본원에는 병실이 없어서 칠곡경대병원으로 입원했습니다. 처음 사고 났을때 부대에서는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해달라,알아서 잘처리 해주겠다해서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찾아와도 만나지 않고 믿고 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오른손을 잃고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장래가 보장되는 직업을 갖게해달라고 해도 안된다,
의수도 800만원만 지원된다. 해서 내돈으로 의수를 해야했고, 간병비도 경대본원에 있을때만 지급이 되고
그 이후에는 없다고 했습니다.

다친거도 억울한데 마음이라도 편하게 마음편한곳에서 치료받을수 있으면 그나마 좋겠는데 왜 이병원 저병원 끌려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아들이 군대로 복귀한다거나 군무원같은 일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수도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겠지만 군대에서 아들을 받아주지도 않을거면서 치료는 왜 군병원에서만 받으라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수도병원으로 가지못하는 이유는 대구병원과는 다르다고하지만 거기도 군병원이니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봅니다. 대구병원있을때도 스트레스나 불안이  심했는데 수도병원가면 또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입니다. 관계자분들은 거기서 심리치료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심리치료라는게 한달 두달 받아서 효과가 나타나는게 아닌데 최소 6개월은 받아야 하는데 2달쯤후엔 제대를 시키면서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며, 치료받을 동안에 아들이 받을 스트레스나 불안은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임플란트도 몇달에서 몇년은 걸리는것인데 제대 이후에는 어떻게 합니까? 계속 수도병원에 있어야 합니까? 아니면 대구에서 경기도로 다녀야 됩니까? 처음엔 수도병원에 간병인 못들어간다하더니 이제는 숙소를 마련해준다지만 제가 가면 혼자 남을 고1딸은  어쩌라고 무조건 수도병원가라 안그러면 치료비를 못준다하니 기가 막힙니다.

 앞으로 헤쳐나갈길이 막막하여 기자를 만나게 되었고 언론에 나오니 이제와서 수도병원가면 손가락5개 움직이는 의수를 해준다고 합니다. 800만원만 지원된다고 해서 좋은건 못해주고 손가락 3개만 움직이는 의수를 주문해 두었고 다음주면 착용하고 잔금을 치러야하는데 이제와서 해준다고 하면 어쩌라는것인지….

제가 바라는건

1.군이나 정부에서 이런 사고를 당해서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 장래가 보장되는 직업을 갖게 해 달라는것입니다.

2.치료 또한 무조건  군병원에서 해라 그렇지 않으면 치료비를 안준다는 것을 바꿔서 다친 정도와 여러가지 환경적,정신적 형편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일처리를 해서 마음이라도 편한곳에서 치료 받을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3.장애를 안고 살아갈 아들을 돌보느라 일도 못하는데 간병비를 안준다는것은 말이 안되니 간병비를 지급해주길 바랍니다.

어제 오늘 언론에 나오고 여기저기 전화오고 어제는 제2작전사령부에서 두분이 면회오시고 월요일에는 의무사령부에서 또 오실거라해서 그런지 아들은 지금 기분이 많이 다운되고 아침부터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해서 걱정입니다.

괜히 시작했나 싶기도 하고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만 받고 아들이 더큰 좌절감을 겪게 되는게 아닐까 싶어서 걱정입니다.

▶ [전문 공개] '아들을 죽일 수는 없었어요' 수류탄 훈련병 어머니의 편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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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기자gow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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