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재무장 일본' 동북아 정세 뒤흔들다

정상균 2015. 9. 19. 09: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의 일본'이 동북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태평양전쟁 패전 70년, 아베 신조 정권은 '군사적 재무장'을 합법화했다. 19일 아베의 집권당이 일본 영해 밖에서 자위대의 군사작전을 가능토록 하는 안보법안을 참의원에서 최종 처리했다.

아베 정권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전쟁 포기를 약속한 헌법 9조 개정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안보법안이 통과되면서 일본 자위대는 영해 밖에서 무장 및 군사활동이 현실화된다. 남북의 한반도, 영유권 분쟁을 겪는 중국과 군사적 긴장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자민당 밤샘 의회서 끝내 처리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새벽 일본 참의원은 본회의에서 집단자위권 등을 행사하는 11개 안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가결했다. 표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중심이 돼 찬성 148표, 반대 90표로 통과됐다. 야마자키 마사아키 참의원 의장은 이날 오전 2시18분 투표 결과를 전달받고 법안 가결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 17일 참의원 평화안전법제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기습적으로 처리한 바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참의원 평화안전법제 특별위원회 위원장 불신임안, 아베 총리와 나카타니 겐 방위상 문책 결의안, 내각불신임안 등을 제출해 시간끌기에 나섰지만, 자민당의 독주를 막지는 못했다.

도쿄 의회 앞 등지에서 시민단체, 학생 등 수만명이 안보법 반대시위도 계속됐다. 안보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져 향후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법안 가결 직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전쟁을 방지하는데 필요한 법이다. 우리 자녀와 후손들의 평화로운 일본을 위한 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정권의 표면적인 명분은 자국민 보호다. 또 미국과 군사적 동맹 강화이자 중국의 팽창 억지다. 안보법안이 지난 7월 중의원을 통과하자,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을 둘러싼 안전 보장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정당화했다.

■일본 영해 밖 군사행동 가능해져

이날 참의원을 통과한 안보 법안은 총 11개다. 일부 개정 법안이 10개로 자위대법, 무력공격사태법, 중요영향사태법,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 등이다. 새로 제정하는 1개 법안은 국제평화지원법이다.

핵심은 자위대의 무력 사용과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이다. 미군의 후방지원이 조건이긴 하지만, 필요시 미군의 용인하에 독자적인 무력사용, 군사작전도 가능하다.

자위대는 일본 영해에 국한됐던 자위대의 후방 군사작전 및 지원 영역도 전세계로 확대했다. 주변국 및 우방국이 공격을 받아 일본이 존립을 위협받거나 자국민의 권리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존립위기사태)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다.

또 자위대는 동맹국인 미군 뿐아니라 외국군의 후방지원도 가능해진다. 미군의 후방지원이긴 하지만, 무력사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위대가 어디까지 지원하는 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중국과의 군사적 대치도 현실화할 수 있다.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해에서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경계·감시 활동을 할 수 있다. 유사시 중국을 상대하는 미군과 함께 군사작전도 가능하다. 미국이 18년 만에 일본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한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한반도 유사시에도 자위대는 미군의 후방지원에 나설 수 있다. 다만 미군을 따라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할 경우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미군과 동맹관계인 한국이 비상사태나 유사시 이같은 조처가 제대로 실현될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 점이 한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또 새로 제정되는 국제평화지원법은 국제 분쟁 발생시 자위대가 다른 나라 군대를 후방 지원을 가능토록 하는 법이다. 사실상 총리가 의회의 형식적인 동의를 거쳐 언제든지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게 된다.

■'전쟁 가능한 나라' 개헌 첫 발

그러나 이면에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보통국가 일본을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른바 '전후 체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수립된 평화헌법하의 규칙·제도) 탈피다.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 패전 70주년인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향해 강력한 출발을 하는 한 해로 삼겠다"고 '일본의 재무장'을 예고한 바 있다.

아베 정권의 이번 안보법안 처리는 지난 4월 미국과 새로 합의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중의원 소위(평화안전법제특별위원회)에서 처리될 당시에도 미국 백악관은 "동맹 강화를 위한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아베 정부를 치켜세웠었다.

안보법안 처리까지 아베 정권의 준비는 치밀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다가가기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갔다.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헌법 9조 해석 변경(2014년7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2015년4월)→안보법안 11개 제·개정안 각의 결정(5월)→안보법안 중의원 통과(7월)→참의원 통과(9월)라는 시나리오를 밀어붙였다.

아베 정권의 다음 수순은 개헌이다. 전제조건인 장기집권에도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자민당 총재로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안보법 강행처리에 따른 반정부 시위 확산, 경제 위기 등의 돌발 악재가 없는 한 2018년까지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현재로선 아베 총리를 상대할 정치인이 여야 모두에서 없는 상황이다.

아베 정부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이때 집권 자민당은 과반 이상의 의석 확보가 필요하다. 일본 헌법 개정은 의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한 발의와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실현된다. 아베는 개헌발의 요건을 '과반수'로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 의석이 3분의 2를 넘으면 가능하다. 이미 중의원은 3분의 2(317석) 의석을 확보했다. 여기에다 지난 6월 일본 의회는 70년 만에 국민투표 행사연령을 18세로 낮췄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부터 유권자 연령이 18세로 낮아진다. 아베 정권 입장에선 앞으로 3년이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다만 안보법 개정 강행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여론과 시위가 확산될 경우, 아베 정권의 독주가 위축될 수 있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 저작권자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