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대부분 늦깎이 승진자.. "사무관 달고 좋아했는데"

권기정·강현석·박용근·박미라 기자 2015. 7. 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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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버스 추락..연수생 148명 나눠 탄 6대 중 1대 사고"사망 사실 믿을 수 없다" 가족들 오열·해당 지자체 침통50대 중·후반.. 9급 시작, 퇴직 3~4년 앞둬 안타까움 더해

고구려·발해 역사 유적지 탐방에 나섰던 지자체 공무원들이 중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1일 가족들과 해당 지자체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사고 버스에 타고 있던 연수생 대부분은 정년 퇴직을 앞두고 사무관(5급)으로 늦게 승진했거나, 승진 내정자 신분으로 1년간 장기 교육을 받던 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교육을 마치면 광역시·도 팀장, 기초자치단체는 과장 보직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숨진 사무관들은 대부분 50대 중·후반의 나이로, 9급 공무원으로 입직해 퇴직을 불과 3~4년 앞두고 있었다.

연수에 참가한 동료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한 한 유가족은 “사무관을 달기 위해 평생 노력했는데 이렇게 객지에 가서 생을 달리했다”면서 “남편 시신을 확인하기 전에는 사망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행정자치부 소속 지방행정연수원 교육생을 태운 버스가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의 다리에서 추락하자 의료진과 주민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 중국 웨이보 화면 캡처

4명을 교육에 파견한 광주시에서 김모 사무관(55)은 끝내 귀국길에 오르지 못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동료 직원은 “김 사무관이 사무관으로 승진했을 때 내가 죽으면 ‘현고사무관 신위’라고 쓸 수 있게 돼 조상과 자식들에게 면목이 서게 됐다고 좋아했다”면서 끝내 말문을 잇지 못했다.

지난 1월 지방공업 사무관으로 승진한 김 사무관은 2월11일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 과정에 입소한 뒤 구청에서 과장 보직을 받는 것이 꿈이었다. 공업 사무관은 행정사무관보다 승진 정원이 적어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공직을 천직으로 생각한 그는 정년퇴직을 5년 앞두고 사무관으로 승진, 명퇴 시엔 서기관으로 은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었다.

사망자 명단에서 확인된 부산시 김모 사무관(55) 역시 지난해 승진해 이번 교육에 참여했다. 김 계장은 오랜 기간 자치행정과에서 근무, 부산시청의 궂은 일과 선거관련 업무를 맡았다. 특히 청백리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했으며 후배 직원들에게 자상하고 친절해 주무관 시절 ‘하위직의 맏형’으로 불렸다.

비보를 접한 부산시청 직원들은 “최종 확인된 게 아닌 만큼 살아있길 바란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8명이 참가한 인천 서구청 복지과장으로 있는 한모 사무관(54)은 3년 전 인천시청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구청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모 시설 사무관이 사망한 경북도와 1명이 숨진 서울 성동구청도 침통한 분위기였다.

이번 사고로 숨진 제주도 조모 농업 사무관(54)은 1981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2011년 사무관으로 승진, 제주도 향토자원산업과 BT산업담당, 농업경영담당, 애월읍장 등을 역임하던 일꾼이었다. 7명이 참가한 강원도는 춘천시 소속 이모 사무관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침울한 표정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곳도 있다. 16명이 연수에 참가한 경남에서는 사고 버스에 김모 사무관(51)과 창원시 한모 사무관(59) 등 2명이 탑승했지만 팔 등에 찰과상만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부산시 하모 계장(여) 역시 지난해 하반기 승진했다. 부산시청 직원들의 연구모임인 ‘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직을 맡을 정도로 업무에 정통하고 책임감과 리더십이 뛰어난 복지 분야의 인재였다. 후덕한 성격으로 선후배들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고 있다고 동료직원들은 전했다.

<권기정·강현석·박용근·박미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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