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은 유승민 "굴복 모양새는 취하지 않을 것"

김지은 2015. 7. 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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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휩싸인 여권

"국회법 표결 안 해"… 거취는 함구

야당과 추경 협상 등 공백 우려

'개혁보수' 이미지 타격도 고심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결심이 서면 행동에 옮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속전속결' 스타일이지만 자신이 정국의 중심이 된 상황에서는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도 대구에서 보냈다.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의 병문안과 지역구 일정을 마친 유 원내대표는 5일 서울역에 도착해 "6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상정되면 여당 의원들은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내일 표결은 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취에 대해선 여전히 말을 아꼈다.

친박계는 물론 김무성 대표마저 '적절한 시점에 명예로운 퇴진'을 압박하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의 속내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우선 그의 사퇴가 '개인 신상의 문제'를 떠났다는 점이다. 유 원내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현재 유 원내대표가 원칙으로 두고 있는 건 국민의 뜻과 명분"이라며 "두 가지를 고려해 당ㆍ청에 모두 좋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사퇴한다면 추가경정 예산 등 여야 협상을 이끌 지도부 공백이 생긴다는 현실적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친박계 일각에선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일인 6일을 '사퇴시한'으로 천명하며 "이후에도 물러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20인 반대 성명'을 주도한 김용태 의원은 "추가경정 예산안의 처리라는 큰 현안을 앞두고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야당과 추경 협상은 누가 하느냐"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사퇴 시점을 밝히라는 주장도 있는 모양인데, '시한부 원내대표'가 야당과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있겠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6일 의총에서 다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다 해도, 이 같은 논리로 사퇴론이 관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치인 개인으로서 명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 요소다. 4월의 '신보수 선언'에 이어 이번 정국까지 거치며 유 원내대표는 여권의 대표적 '개혁보수' 주자로 떠올랐다. 애매한 시점에 존재감도 없이 물러난다면 그에게 정치적 미래는 밝지 않다. 당 안팎에선 실제 그에게 "진짜 무서운 건 내년 총선에서의 수도권 완패"라며 "당을 생각해 버텨야 당도, 유승민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 쏟아진다는 전언이다.

주말 동안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칩거'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유 원내대표는 주변에 "힘든 사태가 이어지면서 심신의 피로가 겹치고 있지만, '굴복'하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로 고민의 일단을 피력했다고 한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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