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절묘한 타협?..강제노역 반영, 형식은 우회적

2015. 7. 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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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동과 다름없는 '강제 노역'..정부 요구 관철 결정문 본문인 아닌 '日발언록→주석' 간접적 연계 강제징용 배상근거 회피 관측..정부 "日, 법적문제 인정 아니다"

강제노동과 다름없는 '강제 노역'…정부 요구 관철

결정문 본문인 아닌 '日발언록→주석' 간접적 연계

강제징용 배상근거 회피 관측…정부 "日, 법적문제 인정 아니다"

(본·서울=연합뉴스) 김태식 이귀원 기자 =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막판까지 극한 대립을 이어오던 한일간 절묘한 타협으로 해석된다.

내용상으로는 사전적으로 강제노동과 큰 차이가 없는 강제노역을 반영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주석(註釋,footnote)과 일본 대표단의 발언록을 연계하는 간접 방식을 택했다.

우선 내용 면에서는 우리 정부의 요구가 충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일본은 정부대표단 발언을 통해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을 당했다(were brought against their will and forced to work under harsh conditions)"고 인정했다.

강제 노동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노역'이라는 표현으로 강제노역이 있었음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일본은 23개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등재시기를 1850년에서 1910년으로 못박았지만 일본 대표단은 발언에서 7개 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실시됐던 '1940년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강제노역을 누가 시켰는지 구체적 주체에 대한 언급은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본 대표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혀 일본 정부의 '강제징용 정책'을 시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대외적으로, 국제무대, 국제기구에서 공식적으로 이렇게 발언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일본측은 막판까지 '강제'(forced) 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형식 면에서는 일본 측의 요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등재 결정문 본문에 강제노역 부분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일본 대표단의 발언록이 '토의 요록'(summary record)에 들어가고, 이를 결정문의 주석과 연계시키는 방식이다.

주석은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발표를 주목한다(take note)"라고 돼 있다. 또 주석은 결정문 본문의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allows an understanding of the full history of each site)는 조항에 걸린다. '풀 히스토리'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권고했던 내용이다.

강제 노역이라는 표현이 결정문 본문은 아니더라도 주석에는 들어갈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일본 측이 결정문에 이 같은 표현을 직접 삽입하는 것을 극구 반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본 측이 혹시라도 강제노역이 관련 피해자들의 배상 근거로 활용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형식을 고집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940년대 일본 군수업체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은 후신인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패소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배상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013년 서울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피고 기업들에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지만, 피고 기업들이 불복 절차를 밟아 현재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배상 근거 관련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정부 당국자는 "강제노역에 대해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한 것이지 법적인 문제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배상 문제는 (이번 결정문과는) 별개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제노역을 결정문에 우회적으로 반영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 대표단이 직접 언급한 발언을 결정문에 다 넣을 수는 없으며, 발언록은 전체적인 공식 문서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인포메이션센터(정보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제노역 시설의) 해석전략에 포함시킬 준비가 돼 있다"면서 후속 조치를 약속한 것도 나름 성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2017년 12월1일까지 세계유산위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세계유산센터에 경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2018년 열리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경과보고서를 검토하도록 했다.

일본 정부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유네스코가 이행 촉구를 할 수 있지만, 결국 얼마나 실질적이고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지는 일본 정부의 선의에 달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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