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판매업체들 "건강식품 전체가 기피식품 될라" 멘붕

허재경 이성택 입력 2015. 5. 27. 04:47 수정 2015. 5. 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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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 식품 파문

"함유된 제품 종류 극히 적은데 진짜로 알고 구매해 제조했는데

판매만 하고도 도의적 책임에…" 업계 당혹감 속 사태 확산 촉각

식약처 독성 시험 2년 가량 걸려… 소비자 피해보상 장기화 불가피

'가짜 백수오' 파문이 건강식품 전반은 물론이고 주류와 의약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 '가짜 백수오' 제품을 사용한 제조사와 유통업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판매 중단이나 환불 사태 등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식약처에서 이엽우피소가 들어간 가짜 백수오의 안정성을 확인하겠다고 나섰지만 최종 결과를 도출하는 데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파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가짜 백수오' 우려 건강식품 전반으로 확산

가짜 백수오 사태는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32개)을 조사한 결과, 실제 백수오 제품을 사용한 제품이 9.4%에 불과하다는 발표를 내면서 촉발됐다. 소비자원은 당시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제조한 내츄럴엔도텍의 가공 전 원료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엽우피소 성분이 나왔다고 공개했다. 이는 지난 2월 식약처의 내츄럴엔도텍 조사를 정면으로 뒤집은 발표였다.

이날 전수 조사 대상 207개 제품 중 진짜 백수오를 사용한 제품이 5%에 불과하다는 식약처 전수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건강기능식품 분야를 포함해 주류와 의약품 분야까지 상당수의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농협홍삼 '한삼인분', 국순당 '백세주', 신화제약 '뉴렉스환', 오스틴제약 '오학단', 한국신약 '만경단', 한풍제약 '비맥스에스정' 등에서 각각 이엽우피소가 나왔다. 해당 제품들에 대해선 판매 중단 및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백수오 관련 제품들만 타격을 본 게 아니다. 다른 건강식품들까지 우려의 시각을 갖고 보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업체 관계자는 "가짜 재료 사태가 터지면 해당 제품만 팔리지 않는게 아니라 건강식품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며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로 반사이익을 본 곳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쇼핑몰 등 환불대책은 변화없어

농협 등 식약처의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된 업체들은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농협 관계자는 "백수오가 함유된 제품 종류가 극히 적은데 마치 전체 한삼인 제품이 문제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농협홍삼인 '한삼인분'은 홍삼이 주 원료이고 백수오는 3% 함유된 분말형 제품이다. 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출시된 해당 제품(유통기한 2016년 8월24일)은 토산품 판매장 등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소량(453개) 판매됐으며, 판매량이 저조해 올해 3월 단종됐다.

이날 식약처에서 발표한 이엽우피소 혼입 제품 제조사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 5곳도 포함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농조합법인 등은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식약처와 별도로 농식품부가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와 연관된 의약품 제조사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백수오인 줄 알고 구매한 원료로 해당 의약품을 제조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가짜 백수오를 판매한 홈쇼핑 업체들도 이번 사태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하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가짜 백수오 제품을 직접 제조한 것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사태를 지켜보며 환불 등 향후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쇼핑몰 업계에선 사용하지 않은 잔량을 기준으로 환불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에서 가짜 백수오를 과거에도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이번 식약처 조사에서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 불가 제품이 157개나 됐다는 이유다.

최종 피해는 소비자에게

하지만 식약처의 이번 조사 발표로 가짜 백수오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당장 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식약처 조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된 백수오 제품들의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는 어느 정도 가려졌지만 이엽우피소의 안정성에 대해선 여전히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독성학회에서도 "현재까지 보고된 자료들만으로는 이엽우피소가 식품으로서 안정성을 담보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외국의 식경험 등을 토대로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위해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독성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실험이 2년 가량 걸리는 만큼 소비자들의 피해 보상 또한 그 만큼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엽우피소의 위해성 여부는 이엽우피소가 섞인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겐 향후 제조사나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 소송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미 법무법인과 더불어 제조사와 판매업체, 관리 당국 등을 상대로 민ㆍ형사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로 인한 피해를 보상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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