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젊은이들은 해외 일터에.. 지진 복구 '일손이 없다'
"남자가 없다. 남자가 없어." 느리기만 한 지진 구조작업을 보며 68세 네팔 노인 리마 쿠마리 바라티가 내뱉은 말이다. 촌음을 다투는 상황에서 정작 힘을 쓸 젊은이들이 없다는 뜻이다. 바라티는 "지금 시골에는 여자, 어린이, 나 같은 노인들만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3일 전한 네팔 현지 표정이다.
밀농사를 짓는 수칼라 랄은 1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지난 주말 카트만두로 왔다. 지진으로 죽은 19세 아들을 화장하기 위해서였다. 아들을 먼저 보낸 랄은 "아들은 가난 때문에 시골을 떠나 중동까지 일하러 갔다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역시 지진으로 숨진 26세 람 바라두르 챠마라인도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려고 했다. 그를 화장한 사촌은 "그는 네팔에서 3년 동안 일자리를 찾아도 얻지 못했다"며 "해외로 갈 노동자를 모집하는 대리인에게 속아 유치장에 갇힌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네팔은 어느새 '늙은 나라'가 됐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이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떠난 네팔인들은 하루 1500명꼴이다. 뉴욕타임스는 4일 "가뜩이나 젊은이가 부족한 네팔이 더욱 어두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네팔의 상황을 전했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3년 네팔이 해외로 나간 노동자들로부터 송금받은 액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8.8%에 이르렀다. 타지키스탄(53.6%), 키르기스스탄(31.3%)과 함께 이른바 '송금경제'로 연명하고 있는 나라다.
뉴욕타임스는 "이 돈으로 네팔에서 가족들이 집을 빌리고 먹을 것을 사서 살고 있다"며 "해외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네팔의 생명줄이 됐다"고 전했다.
네팔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나가 있는 나라는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순이다. 2013년 기준으로 인도에 55만3050명, 사우디에 약 50만명, 카타르에 34만1000명이 산다.
송금액은 카타르로 나간 노동자들이 6억83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사우디(15억9800만달러), 인도(8억3200만달러)가 이었다. 지난해 해외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송금한 총액은 무려 59억달러(약 6조3770억원)에 이르렀다.
지금 네팔은 지진 피해 복구에 힘쓸 젊은이들의 존재가 절실하다. 그러나 오히려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제이주기구 네팔 담당자 마우리지오 부사티는 "젊은이들이 가족을 돕는 유일한 길은 해외에서 돈을 보내오는 것뿐"이라며 "가장 훌륭한 젊은피들이 해외로 출혈되는 꼴"이라고 걱정했다. 뉴욕타임스는 "국내에서 재건을 도우려고 해도 일자리를 찾기 힘든 젊은이들의 탈출은 네팔을 다시 세우는 데 영원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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