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지진 8일 만에 105세 노인 등 4명 구조

김세훈 기자 2015. 5. 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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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심각·천정부지 물가에 약탈 폭행 절도 기승
카트만두 현지 의사는 "한국, 돈 대신 약품 보내달라"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 무엇보다 강했다. 네팔 대지진 발생 8일 만에 무너진 진흙 집에 깔려있던 105세 노인을 포함해 4명의 사람들이 구조됐다. 이들의 기적적인 생환은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해 절망에 빠진 네팔인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인도 방송사인 NDTV는 3일 수도 카트만두에서 3시간가량 떨어진 누와코트 지역의 산악마을 킴탕에서 105세 노인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 노인은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무너진 진흙 집 아래 깔려 8일 동안 방치돼 있었다. 구조팀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헬기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팔에 경미한 부상이 있긴 했지만, 건강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이 노인이 101세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니마 라마(왼쪽)가 임시 진료소에서 동료의사와 함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60㎞가량 떨어진 샤울리 지역의 케라바리 마을에서도 이날 남녀 3명이 구조됐다. 신두팔촉 경찰 관계자는 dpa통신에 "2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이 군부대에 의해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2명은 무너진 진흙 가옥 아래 깔려 있었으며, 다른 한 명은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에 휩쓸려 토사 아래 묻혀 있었다. 이들은 부상당한 몸으로 물과 식량이 없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P통신은 이들의 구조시점이 지난주 초였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구조 현황이 일원화돼 공개되지 않는 탓에 외신들도 보도에 혼선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힘겹게 살아남았어도 생존자들은 의약품과 구호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계속된 죽음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 카트만두 메디케어 병원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는 니마 라마(24)는 2일 한국에 있는 네팔 친구에게 처참한 상황을 전해왔다. 지진 초기 하루 50명 이상 봉합수술을 하기도 했다는 라마는 지금도 의약품의 부족을 호소했다. 라마는 "골절 환자가 대부분인데 진통제, 소염제 등이 부족해 수술과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더운 날씨 속에서 상처가 썩어 가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돈을 보내면 위에 있는 나쁜 사람들이 가로챌 수 있다"며 "한국도 돈 대신 약품을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라마는 "건물 잔해에 깔리면서 일부 임신부들은 낙태를 해야 했다"며 "환자들을 볼 때마다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식수가 부족해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고인 물을 마시면서 조류인플루엔자 등에 걸린 어린이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라마는 "구호품이 없어 시골에는 5일 동안 굶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네팔에는 젊은 남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간 시골이 대부분이다. 라마는 "지금 시골에는 여자, 노인, 어린이들만 남아 있다"며 "일할 사람도, 장비도 없기 때문에 깔린 건물더미 속에서 시체들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도 늘고, 물가도 오르고 있다. 라마는 "길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살다 보니 특히 밤에 약탈과 절도, 폭행, 싸움이 늘고 있다"며 "평소 10루피(105원) 정도인 라면 1개 가격도 50루피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라마는 "살기 힘들어지자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도 크게 고조되고 있다"면서 "정치인들이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나마 피해 마을을 찾아온 정치인도 병을 던지며 항의하는 주민들에 의해 쫓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세계 각국에서 보낸 구호물자도 까다로운 통관 절차에 묶여 공항, 국경에 그대로 쌓여 있다. 제이미 맥골드릭 유엔 네팔 상주조정관은 가디언을 통해 "네팔 정부가 관세 규정을 완화해야 구호품을 빨리 이재민에게 나눠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세관이 구호품에 세금을 부과하면서 통관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팔 당국은 "구호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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