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20년 '갈라진 유족들'

입력 2015. 6. 29. 20:20 수정 2015. 6. 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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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원진, 메르스 이유 추모식 취소

50여명만 참석 "선거 회피" 비난

세월호 등 대형참사 유족 반목 겪어

보상문제 치중하는 정부, 갈등 한몫

502명이 숨진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주기를 맞은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 마련된 위령탑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져야 할 위령제는 '반쪽' 추모행사로 시작하더니, 유족들끼리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다 끝이 났다. 유족회 내부의 해묵은 갈등이 20주기 추모행사의 파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규모 재난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아픔과 위안을 공유하지 못하고 유족회 운영 등을 이유로 갈라서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995년 6월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 50여명은 이날 위령탑 앞에 모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이유로 20주기 추모행사를 취소한 유족회 임원진을 비난했다. 참사로 딸을 여읜 이아무개(77)씨는 "현 임원진이 새 임원진의 선출을 막으려고 일부러 행사를 취소한 게 아니냐"고 했다. 현장에서는 새 임원진 선출을 위한 입후보 동의서 작성이 실제로 이뤄지기도 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회는 2006년부터 보상금 운영 등 회계처리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어왔다. 현 임원진에 반대하는 유족들은 "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경과보고도 하지 않는다"며 새 임원진 선출을 요구해왔다. 반면 박호순 유족회 회장은 "현 임원진의 운영에 법률적 문제는 없다. 오는 10월에 정상적으로 새 임원진을 선출하면 된다"고 했다.

대형 참사를 겪은 유족들끼리 반목하는 모습은 삼풍백화점 사례만이 아니다. 2003년 2월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유족·부상자들도 국민 성금으로 마련된 특별위로금 운영을 둘러싸고 반목했다. 추모재단 출연금 등을 둘러싸고 유족회가 쪼개졌고, 중재를 해야 할 대구시가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들은 참사 12년 만인 올해 2월에야 공익재단 설립에 뜻을 모을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단원고 학생 유족들로 구성된 4·16가족협의회와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원회로 나뉘어 추모 행사를 별도로 여는 등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에만 사회적 관심이 쏠린 것에 대한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의 소외감이 갈등의 배경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의 독단적 유족회 운영 등도 문제지만, 보상 문제에만 치중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대형 참사 문제가 공공적 의제가 되지 못한 채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로만 국한된 데 원인이 있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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