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학습효과.. 막말 하루 만에 백기

홍재원·박용하·이효상 기자 입력 2015. 4. 21. 22:46 수정 2015. 4. 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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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이사장·회장 사퇴"사퇴로 끝날 문제 아냐.. 의혹 밝혀야" 학내 분노 여전본분교 통합·추가 정원 확대 개입한 정황 속속 드러나

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74)이 학교 직책과 두산중공업 회장직 등에서 물러난 것은 막말이 담긴 e메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무리한 기업식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과 학내 비리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에도 자리에서 버텼지만 치부가 드러나자 하루도 안돼 '백기'를 들었다. '땅콩 회항'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의 학습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앙대 내부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검찰은 박 이사장 소환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 "학교 엉망… 사퇴만으론 안돼"

중앙대 구성원들은 박 이사장에 대한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반대하는 교수들의 목을 치겠다는 박 이사장의 메일은 독단적인 '박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박용성이 취임 후 첫 교수회의에 와서 '내 발목을 잡으면 그 손목을 자르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박 이사장 사퇴로 끝나선 안된다"며 "재단법인의 전입금 유용, 학교 수익사업 이윤을 법인으로 가져간 문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내희 교수(영문학과)는 "학교가 어려울 때 재단이 바뀌어서 기업이 인수하면 전입금이라도 넣어 제대로 된 교육이 발전할지 모두 기대했다"며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학교를 통해 매상을 올리는 등 결국 대학을 갖고 장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정세현씨는 "박 이사장은 학교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밝히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구조조정과 연관이 있다면 이를 보류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은 "그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적 학교 운영을 해왔다"며 "지금까지 나온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명 없이 사퇴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 검찰 중앙대 의혹 수사 확대

박 이사장 등 대학 관계자들은 지난달 27일 중앙대 재단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2012년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중앙대에 일종의 특혜를 준 정황을 포착하고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 이사장이 개입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박 전 수석이 줬다는 특혜는 중앙대가 통합 적십자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추가 교지 확보도 없이 본·분교 통합이 허용됐고 교육부의 추가 정원 확대도 있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이사장은 이 같은 의사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박 이사장과 그가 몸담고 있는 두산그룹 측이 학교를 통해 적잖은 금전적 이득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또 박 이사장이 박 전 수석의 딸을 중앙대 교수로 채용해주는 등 대가를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이사장을 소환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달라진 기류를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중앙대 교직원 또는 재단 관계자가 추가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재원·박용하·이효상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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