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학생 사칭한 현수막 걸라고 지시까지

배문규 기자 2015. 4. 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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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74·두산중공업 회장)이 대학 임원들에게 학생을 사칭한 현수막을 걸어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여론에 맞서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용성 회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이용구 중앙대 총장을 비롯한 재단 임원진에 e메일을 보내 학생 명의로 된 현수막을 게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동아일보가 21일 보도했다. 이날 경희대, 한양대 등 전국 45개 대학 학생회가 중앙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도에 따르면 박용성 회장은 e메일을 통해 중앙대 총학생회 이름으로 '환영 3류대(성균관대, 경희대, 한양대) 학생회 대표단 3류인 너희 대학이나 개혁해라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되련다'는 현수막을 걸라고 지시했다. '뜻있는 학생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환영 중앙대 사태에 즈음한 긴급 대토론회 경축'이라는 현수막을 걸라고도 주문했다.

동아일보 갈무리

박용성 회장은 "해당 문구에 검은색 띠를 둘러 장례식 같은 부위기(분위기의 오기)를 주라"며 구체적으로 현수막 형태를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구조 개혁에 반대하는 '난 중대 교수다'라는 게시물이 인기를 끌자 대학 임원들과 논의를 거쳐 비대위 소속 교수들을 비판하는 '내가 진짜 중대교수다'라는 글을 올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학과제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학사구조 개편안을 추진하던 중앙대가 개편안에 대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대 측은 동아일보에 "내부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부분을 일기장처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용성 회장은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인사보복을 추진하며 "목을 쳐주겠다"고 표현한 것으로 20일 확인되기도 했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이용구 중앙대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명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면서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박 이사장은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도 했다.

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두산 중공업 회장)

박용성 이사장은 다른 e메일에서도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 등이 주도하는 '중앙대 비대위'를 수차례에 걸쳐 변기를 뜻하는 "Bidet委(비데위)" 또는 "鳥頭(조두·무식한 말로 새XXX)"라고 불렀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중앙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이 같은 내부 자료를 대거 확보하고 수사를 확보하고 있다.

중앙대 홍보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거친 표현이 e메일에 나온 건 사실이지만 일부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외부공표용이 아닌 내부 관계자들끼리의 의견 교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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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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