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李총리, 자꾸 말 바꾸기.. 갈수록 꼬이는 해명

최재훈 기자 2015. 4.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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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 직원과 통화, 친구인 총리실 관계자가 자신 모르게 했다고 주장.. 알고보니 8살 어린 최측근 오해라면서도 문책성 사표 "수사 상황 체크" 한때 실토 검찰 직원은 "그런말 안해"

이완구 국무총리가 인척(姻戚)인 재경(在京) 지검의 A국장(58)을 통해 수사 정보를 빼내려고 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24일, 이 총리는 자신의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하는 이모(50)씨로부터 문책성 사표를 받았다. 이 총리 자신이 통화를 한 것이 아니라 이 보좌관이 자신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A국장과 오해를 살 만한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23일 밤, 이 총리는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오후 8시쯤 총리실을 통해 첫 입장을 밝혀 왔다. "총리 본인이 직접 통화한 적은 없으며, A국장과 동향인 총리 주변의 한 인사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 상황을 체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변의 한 인사'가 혼자 알아서 한 것이지 총리와는 상관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3시간쯤 뒤 총리실은 "총리는 직접 통화한 적이 없으며, 검찰 관계자와 동향이자 친구 관계에 있는 총리실 관계자가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오늘(23일) 확인했다"며 "이 총리는 '이 민감한 시기에 왜 전화를 했느냐'며 꾸짖고 즉각 인사 조치토록 지시했다"고 2차 해명을 보내왔다. '동향인 주변의 한 인사'를 '동향이자 친구 관계인 총리실 관계자'로 구체화시켰다. 그러면서도 "꾸짖고 인사 조치까지 지시했다"며 부적절한 행동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A국장과 이 보좌관의 말은 총리실 해명과 거리가 있다. A국장은 이날 본지에 "이 총리의 거짓말 논란이 커지길래 (이 보좌관에게) '고향에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잘 모셔라' 등의 전화만 했을 뿐 수사 상황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며 "(나는) 수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검찰 보안이 철저해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 전 회장이 자살한 이후 이 보좌관과 2~3차례 통화했고, 매번 내가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A국장은 이 총리를 '완구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보좌관도 '수사 상황 빼내기'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A국장과는 4~5차례 통화를 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나 이 총리의) 수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주로 가족 안부 등을 나눴을 뿐"이라고 말했다.

A국장과 이 보좌관의 주장대로라면 두 사람 사이에 '부적절한 대화'는 없던 셈이고 전화 횟수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이 총리는 왜 이 보좌관을 인사 조치까지 했을까.

이에 대해 이 보좌관은 "의혹을 받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으로 스스로 사표를 냈다"면서도 "총리실이든 누구든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희생양이 된 듯한 말을 남겼다. 이 보좌관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 때부터 보좌진으로 시작해 20여년 동안 이 총리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총리가 충남도지사 시절에는 비서실장을 지냈고, 총리 인사청문회 때는 과거 이 총리의 행적 재구성을 담당했다. 결국 총리가 된 후 총리실 3급 정책보좌관으로 기용할 만큼 핵심 측근인 것이다.

오히려 이 총리와 A국장, 이 보좌관의 해명이 조금씩 엇갈리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A국장과 이 보좌관 두 사람 모두 "수사 얘기는 한마디도 안했다"고 하는데, 이 총리가 '(이 보좌관이) 수사 상황을 알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을 했는지 의문이다. 또 자신의 보좌관이 검찰 간부와 수차례 통화를 했는데도 이 총리가 전혀 몰랐다는 것도 석연찮다. 특히 이 총리가 A국장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이 보좌관을 '친구'라고 표현한 것도 이상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보좌관의 전화로 이 총리가 직접 A국장과 통화하면서 수사 정보를 빼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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