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李총리, 자꾸 말 바꾸기.. 갈수록 꼬이는 해명
이완구 국무총리가 인척(姻戚)인 재경(在京) 지검의 A국장(58)을 통해 수사 정보를 빼내려고 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24일, 이 총리는 자신의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하는 이모(50)씨로부터 문책성 사표를 받았다. 이 총리 자신이 통화를 한 것이 아니라 이 보좌관이 자신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A국장과 오해를 살 만한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23일 밤, 이 총리는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오후 8시쯤 총리실을 통해 첫 입장을 밝혀 왔다. "총리 본인이 직접 통화한 적은 없으며, A국장과 동향인 총리 주변의 한 인사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 상황을 체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변의 한 인사'가 혼자 알아서 한 것이지 총리와는 상관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3시간쯤 뒤 총리실은 "총리는 직접 통화한 적이 없으며, 검찰 관계자와 동향이자 친구 관계에 있는 총리실 관계자가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오늘(23일) 확인했다"며 "이 총리는 '이 민감한 시기에 왜 전화를 했느냐'며 꾸짖고 즉각 인사 조치토록 지시했다"고 2차 해명을 보내왔다. '동향인 주변의 한 인사'를 '동향이자 친구 관계인 총리실 관계자'로 구체화시켰다. 그러면서도 "꾸짖고 인사 조치까지 지시했다"며 부적절한 행동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A국장과 이 보좌관의 말은 총리실 해명과 거리가 있다. A국장은 이날 본지에 "이 총리의 거짓말 논란이 커지길래 (이 보좌관에게) '고향에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잘 모셔라' 등의 전화만 했을 뿐 수사 상황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며 "(나는) 수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검찰 보안이 철저해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 전 회장이 자살한 이후 이 보좌관과 2~3차례 통화했고, 매번 내가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A국장은 이 총리를 '완구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보좌관도 '수사 상황 빼내기'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A국장과는 4~5차례 통화를 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나 이 총리의) 수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주로 가족 안부 등을 나눴을 뿐"이라고 말했다.
A국장과 이 보좌관의 주장대로라면 두 사람 사이에 '부적절한 대화'는 없던 셈이고 전화 횟수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이 총리는 왜 이 보좌관을 인사 조치까지 했을까.
이에 대해 이 보좌관은 "의혹을 받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으로 스스로 사표를 냈다"면서도 "총리실이든 누구든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희생양이 된 듯한 말을 남겼다. 이 보좌관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 때부터 보좌진으로 시작해 20여년 동안 이 총리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총리가 충남도지사 시절에는 비서실장을 지냈고, 총리 인사청문회 때는 과거 이 총리의 행적 재구성을 담당했다. 결국 총리가 된 후 총리실 3급 정책보좌관으로 기용할 만큼 핵심 측근인 것이다.
오히려 이 총리와 A국장, 이 보좌관의 해명이 조금씩 엇갈리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A국장과 이 보좌관 두 사람 모두 "수사 얘기는 한마디도 안했다"고 하는데, 이 총리가 '(이 보좌관이) 수사 상황을 알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을 했는지 의문이다. 또 자신의 보좌관이 검찰 간부와 수차례 통화를 했는데도 이 총리가 전혀 몰랐다는 것도 석연찮다. 특히 이 총리가 A국장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이 보좌관을 '친구'라고 표현한 것도 이상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보좌관의 전화로 이 총리가 직접 A국장과 통화하면서 수사 정보를 빼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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