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辭意 이후] 대통령 안깨우려 國民을 깨운 '사의 표명'
이완구 국무총리 사의 표명 공식 발표는 21일 새벽 0시를 지나서 '군사작전' 하듯 이뤄졌다. 이 총리는 20일 오후쯤 이미 사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고 있을 시간이어서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고하느라 국민 대부분이 잠들어 있던 심야에 사의 표명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총리가 '박 대통령 귀국(27일) 전 자진 사퇴'를 고려하기 시작한 건 이미 지난 주말부터였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도 총리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 총리 가족도 주말 동안 "마치 (총리직에) 미련 갖는 것처럼 보이지 말자"고 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마저 20일 오전 '선(先) 자진 사퇴, 후(後) 대응'으로 기류가 변한 것이 '즉각 사퇴'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박 대통령이 재·보선 이틀 전에야 귀국하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무리"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본 뒤 이날 정오쯤 이 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5시쯤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이 총리가 공관으로 퇴근하고 사의 표명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기까지 대략 7시간 동안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어쨌든 사퇴 최종 결심은 퇴근한 뒤 한 것 같다"며 "심야에야 대외적으로 알린 것은 페루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과의 시차 문제 때문에 기다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페루는 14시간 시차가 있다. 우리나라 자정은 페루에서 오전 10시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은 오후 11시(페루 시각 오전 9시)를 전후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30분쯤 지난 뒤 여권에 이 총리 사의 표명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직접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는지, 이 총리가 이병기 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여권 내 설명이 엇갈린다. 청와대가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전달 사실을 공식 확인해준 것은 21일 0시 20분이었다.
이 총리는 21일 정부 청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어제(20일) 공관에 들어간 뒤로 계속 공관에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날 이 총리가 공관 마당 등에 선 채로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 밖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완종 리스트' 파문] '부패와 전쟁' 선언 39일… 司正 대상된 이완구
- [이완구 辭意 이후] 명실상부한 '國政대행자' 최경환… 총리 직무 한달은 代行할 듯
- ['성완종 리스트' 파문] 국무회의 주재권만 부총리에 넘겨… 결재 등 업무 공백 이어질 가능성
- [이완구 辭意 이후] 朴정부 6번째 총리 찾기… "후보群 축적, 뜸 안들일 것"
- [바로잡습니다] 4월 5일 자 B11면 ‘요양병원에 누운 구순 엄마가 물었다, 문석열은 어떻게 됐니?
- [팔면봉] 다큐멘터리 형식 11분 동영상으로 대선 출마 선언한 이재명. 외
- “관세는 국난”… 정쟁 멈춘 日야당
- 美 의존도 낮추고 내수 키우고 기술 자립… 맷집 세진 中
- 때이른 봄바람 타고, 꽃가루 알레르기도 빨리 덮쳤다
- 중국發 미세먼지·몽골 황사까지… 숨 막히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