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현 세대 노후보장이냐 미래 세대 부담경감이냐

문수정 기자 입력 2015. 5. 5. 09:30 수정 2015. 5. 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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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50%로 올려도.. "보험료 2배 인상해야" 정부 주장은 과장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담긴 이 한 문장이 국민연금 제도가 품고 있던 한국사회의 딜레마를 마침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노후에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 동시에 미래세대는 더 많은 보험료를 더 일찍부터 부담하게 된다. '현세대의 노후'를 보장할 거냐,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거냐. 우리는 고령화시대의 가장 민감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현 세대의 노후와 미래세대의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두 세대에 미칠 파급력을 제대로 가늠하려면 소득대체율과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부터 따져봐야 한다. 일각의 우려처럼 대혼란이 일어날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사안인지 짚어볼 때다.

◇소득대체율 40%→50% 올리면…기금 고갈 2060년→2056년=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보험료를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이 고갈 예상 시점인 2060년보다 일찍 고갈되지 않게 하려면 보험료를 두 배 더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가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60년으로 고정했을 때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일 경우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0.01%로 1.01% 포인트만 올리면 된다. 복지부가 4일 기자단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이 2060년보다 고작 4년 앞당겨질 뿐이다.

일부 사회복지 학자들은 "(부정확한 수치를 제시한) 문 장관의 발언이 국민에게 막연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 장관 발언은) 정치적 수사였다"고 해명했다.

◇연금보험료 인상폭은?…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의 차이=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연금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장기적 안목에서 국민에게 이득이 더 많다는 시각도 있다. 건강보험료와 달리 연금보험료는 돌려받는 돈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누구라도 '낸 것보다 더 받도록' 설계돼 있다.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이자가 더해지고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저소득층일수록 이익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내 돈을 쌓아뒀다가 더 많이 돌려받는 것이어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건강보험료와는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인상폭이다. 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고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에 맞추면 10.01%, 2088년으로 맞추면 15.1%로 올리면 된다. 2060∼2088년 범위 안에서 기금 고갈 시점을 정한다면 보험료율은 10.01∼15.1% 범위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은 올리지 않고 연금보험료만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소득대체율 인상 없는 보험료 인상은 국민 부담만 늘어날 뿐 연금소득 증가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기금 고갈=국민연금 붕괴?…적립식→부과식 전환해 '유지'=복지부 장관이 '펄쩍' 뛸 만큼 기금 고갈은 심각한 문제일까.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 바닥나도 국민연금 제도가 무너지는 건 결코 아니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현재 국민연금은 '부분적립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면 일부는 연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기금으로 운용한다. 기금이 바닥나면 매년 지급해야 할 연금만큼 보험료를 걷는 '부과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공적연금 역사가 긴 유럽 대다수 국가는 부과 방식으로 운영한다. 적립 방식은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일부다. 이들도 부과 방식 전환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부과 방식으로 바뀌면 미래세대의 보험료율이 너무 높아진다고 우려한다. 소득대체율 40%인 경우 2060∼2088년 보험료율이 21∼23%, 50%인 경우엔 같은 기간 25∼28%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부담이 너무 크니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소득대체율도 40%에서 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는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실제 가입기간이 20년 정도밖에 안 되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실질 소득대체율은 더 떨어져 겨우 빈곤 수준을 면하는 정도"라며 "현세대 노후가 불안정하면 그만큼 다른 종류의 사회보장 비용이 증가해 미래세대에 다른 방식으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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