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者의 메모' 한계 못 넘고.. '뻔한 답안지' 내놓은 檢

나성원 기자 2015. 7. 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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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미완의 수사'.. 발표 내용·평가

80일간 진행된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미완(未完)은 사실상 예고돼 있었다. 검찰은 한점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며 수사에 착수했지만 ‘망자(亡者)의 메모’라는 한계를 온전히 넘지 못했다. 리스트 8인 중 3인만 소환하고 나머지는 서면조사로 끝내 형식적 수사라는 지적도 받았다. 리스트가 공개됐을 당시 불거진 정치적 파장에 비하면 수사가 불러온 파장은 미약했다.

◇친박(親朴) 실세 모두 불기소=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2일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리스트 속 다른 6인은 불기소 처분했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무렵 7억원을 받은 의혹, 홍문종 의원이 2012년 대선 무렵 2억원을 받은 의혹은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의혹 제기 시점에 경남기업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다. 각각 3억원과 2억원 수수 의혹을 받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도 비슷한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메모지에 이름만 적혔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06년 9월 10만 달러를 수수한 의혹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당시 환율(1달러에 962∼978원)로 10만 달러는 1억원 미만이라 특가법에서 규정된 공소시효(7년)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경남기업 측이 당시 10만 달러를 환전한 내역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불기소 처분한 6명 중 홍 의원을 제외한 다른 5명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했었다.

◇수사팀 “대선자금 지원 없었다”=수사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단서’에 불과한 리스트를 기초로 할 수 있는 모든 수사를 했다고 자평했다.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2주간 동선을 10분 단위로 복원하는 등 추가 증거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경남기업 내 비자금의 현금 인출 내역도 하루하루 빠짐없이 검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스트 속 8인에 대한 수사는 결국 사건 초기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정황이 공개됐던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관련 의혹을 밝혀내는 데 그쳤다. 현 정권 실세 인사들은 전부 불기소돼 ‘눈치 보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핵심 의혹 중 하나였던 성 전 회장의 대선자금 지원 의혹 역시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못했다. 또 사건 초기 수사력을 쏟았던 ‘비밀장부’ 확보에 결국 실패해 존재 여부가 불투명한 증거를 찾는데 ‘헛심’을 쓴 결과가 됐다.

◇“특사 대가로 노건평 측에 5억원 이득 제공”=수사팀은 지난달 이후 사실상 리스트 밖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과 특별사면 로비 의혹 수사에 집중해 왔다. 특별사면 의혹 수사는 당초 여권이 ‘노무현정부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특혜성 특별사면이 두 차례 이뤄졌다’고 역공을 펼치며 시작됐다.

수사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성 전 회장 사면 전후로 경남기업 측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경남기업 임원 김모씨는 앞서 2005년과 2007년 특별사면 과정에서 금품 로비가 있었다고 검찰에서 증언했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특사 7개월 전인 2007년 5월 노씨 측근이 운영하는 건설사와 27억원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성 전 회장의 특사 결정 사흘 전인 2007년 12월 28일에 하도급 금액이 5억원 증액됐다. 수사팀은 이 부분이 변호사법 위반 사항에 해당된다고 봤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가 특별사면 하루 전인 12월 30일 법무부에 성 전 회장을 사면 대상자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한 배경은 ‘미제’로 남게 됐다. 노씨 측은 입장 자료를 내고 “특별사면과 관련해 누구로부터 청탁을 받은 일이 없고, 금품을 받거나 이득을 얻은 일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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