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겨눈 '성완종 메모'..검찰 수사는 유탄만 난사

전수용 기자 2015. 7. 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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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사실상 친박(親朴) 핵심 실세를 겨냥해 자살 직전 ‘메모’를 남겼지만 검찰 수사는 친박 정치인들은 거의 손대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비박(非朴)인 홍준표 경남지사, 범(汎)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유탄(流彈)’을 맞은 셈이 됐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2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성완종 메모에 등장하는 나머지 6인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또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는 4월 9일 자살한 성 전 회장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종이 한장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이 자살 당일 새벽 한 언론사 간부와 나눈 육성(肉聲) 인터뷰가 전부였다.

메모에는 8명의 여권 핵심 정치인이 등장했다. 이들 중 6명이 과거 박근혜 캠프 핵심 인물이었다. 성 전 회장은 여야 정치인과 두루 가까운 ‘마당발’로 통했다. 그런 성 전 회장이 친박 인사들 위주로 메모를 남긴 것이다. 그래서 그의 메모는 친박 핵심 정치인들을 겨냥한 ‘살생부(살생부)’로 해석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남겼다는 관측이었다.

메모에는 박근혜 정부의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3명이 모두 등장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름 옆에 ‘2006년 9월 26일 10만 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허태열 전 실장 이름 옆에는 ‘7억원’, 이병기 실장은 금액 없이 이름만 적혔다. 김 전 실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법률자문위원장이었고, 허 전 실장은 직능총괄본부장, 이 실장은 선대위 부위원장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나란히 청와대 비서실장이 됐다.

이름 옆 ‘2억원’이라고 적힌 홍문종 의원과 ‘3억원’이라고 적혔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2년 대선 때 각각 조직총괄본부장과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부산시장 2억원’으로 적힌 서병수 부산시장도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다.

이들 친박 6명 중 홍문종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검찰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채 서면조사로 금품수수 의혹을 벗게 됐다. 뇌물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금품공여자가 사망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검찰 수사가 결과적으로 친박 핵심 실세들에게 ‘면죄부 주기’로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반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각각 불법정치자금 3000만원과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성 전 회장과 같은 충청권 출신인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과 1997년부터 친분을 가져왔다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도 사법처리 위기에 놓였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2012년4월~2014년 9월까지 성 전 회장 일정표에 32차례, 24차례 만난 것으로 기재되어 성 전 회장이 생전에 가장 빈번하게 접촉한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팀은 수차례 소환에 불응한 두 의원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의원 모두 성 전 회장 메모나 육성 인터뷰에서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고, 검찰 수사 과정에 금품 수수 의혹이 새롭게 밝혀진 케이스다.

성 전 회장이 아끼던 최측근들도 구속됐다.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이용기 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경남기업에 대한 ‘자원외교’ 비리 검찰 수사 당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성 전 회장이 ‘배신자’로 여겼던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형사 처벌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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