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수사 한달 4대 궁금증

입력 2015. 5. 4. 17:41 수정 2015. 5. 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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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수사가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성완종 전 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틀 뒤인 8일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물증은 없고 진술만 있는' 전형적인 뇌물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는 성 전 회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점에서 진실을 가려내기에 훨씬 어려운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1. 成 녹취록·메모, 증거 채택될까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나 녹취록은 법정에서 증거로서 자격(증거 능력)은 있지만 증명력(신빙성)이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진술자가 사망한 경우 진술자가 작성한 메모 등 진술에 대해서는 통상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에서 성 전 회장의 메모가 자필이고, 녹취록도 본인의 육성임을 확인한 만큼 증거로 인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메모와 녹취록이 범죄 혐의를 확정하는 증명력이 있는지는 법원이 최종 판단한다. 법원이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서 신빙성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반면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고 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 복수심으로 감정이 격앙됐기 때문에 특신상태(특별히 믿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또 다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공격한다. A변호사는 "녹취록과 메모에 증거 능력이 있을 순 있지만 증명력을 가져서 유죄를 확정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향후 검찰과 메모 속 인물들의 변호인 사이에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 2. '장부' 없고 진술만 있어도 유죄?

뇌물 및 불법 정치 자금은 통상 비밀 장소에서 둘만 있는 가운데 현금으로 주고 받는다.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서 '뒤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2009년부터 5만원권이 도입된 후로는 '사과박스' '차떼기' 같은 대규모 현금 거래도 자취를 감춰 계좌 추적도 의미가 예전 같지 않다. 결국 검찰은 회계자료 등을 근거로 공여자를 압박해 진술을 받아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여자 진술에 더해 '비밀장부' 같은 강력한 정황 증거가 나오면 금상첨화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살인 교사 사건은 피살된 재력가 송 모씨가 작성한 '비밀장부'가 결정적인 정황 증거로 활용됐다. 이번 사건은 '뇌물 공여자'를 자처한 성 전 회장이 사망하고 없다.

결국 성 전 회장의 '복심'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부장, 홍준표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등 측근들의 '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유지할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 3. '검은 돈' 대가성 입증 필요한가

통상 정치인이 금품을 받은 경우 뇌물죄나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된다. 우선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돈의 대가성을 입증해야 한다. 성 전 회장이 회사 경영에 대한 특혜를 받기 위해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본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받은 금액이 1억원이 넘으면 10년으로 늘어난다.

뇌물죄가 적용되면 공소시효는 허태열 전 실장(2007년 7억원)·홍준표 지사(2011년 1억원)·홍문종 의원(2012년 2억원)은 10년, 이완구 전 국무총리(2013년 3000만원)는 7년으로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뇌물죄 대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정치자금법은 대가성과 무관하게 한도를 넘은 돈을 제공하면 처벌하지만 공소시효가 7년이다. 또 특성상 진술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

◆ 4. 대선자금으로 수사확대 가능성은

성 전 회장의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2억원 정도를 줬다"는 내용과 최근 검찰 수사에서 경남기업의 한 모 부사장이 "2억원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측에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수사 확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일단 특별수사팀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현 시점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둘러싼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현재 대선자금 의혹과 관련한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지금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을 겨냥한 '기초공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해 불법 대선자금이 현안은 아닌 것을 시사했다. 물론 2012년 총·대선 당시 금품 공여 관련 장부가 발견되는 등 단서가 발견된다면 된다면 수사는 불가피하다. 사면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 檢, 홍준표 前보좌관 5일 소환조사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보좌관을 지낸 나 모씨를 5일 소환 조사한다. 검찰은 나씨에게 이날 오후 2시 서울고검 청사에 나오라고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나씨는 2011년 6월 홍 지사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을 때 재정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나씨를 소환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난 적 있는지 캐물을 방침이다. 윤 전 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2011년 5~6월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넬 때 '전달책'으로 활용한 인물이다.

성 전 회장은 사망했지만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확보하면 검찰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나씨는 당시 홍 지사 사무실에서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며 재정을 담당했기 때문에 현금 흐름을 세세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출처를 모르는 1억원을 받아 경비에 사용했다는 진술만 내놓더라도 사건 해결에 큰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김규식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세웅 기자 / 유태양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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