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수사, 갈수록 멀어지는 대선자금 의혹

2015. 4.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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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자금을 건넨 친박 실세 8명의 이름을 적어놓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돼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은지 보름이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의혹 규명이라는 최종점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김기춘,허태열,이병기등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과 홍문종,유정복등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들이 모두 적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될 당시만 해도 상당수 언론들은 56자의 메모지 한장이 12년만의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 '성완종 리스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날마다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경향신문의 성 전 회장 인터뷰와 '성완종 리스트' 초기만 해도 쏟아져 나오던 언론의 8인에 대한 의혹보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쪽으로 정리돼 가고 있다.

이 총리는 "성완종 지사를 잘 알지 못하고 독대한 적도 없다"는 해명과 배척되는 숱한 반대 정황이 드러나면서,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연결고리 인사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타겟으로 부상됐다.

두 사람 모두 여권 실세라고 분류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는 어느정도 거리감이 있는 인사들이며 금품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선자금과 연결고리는 희박한 인사들이다.

검찰은 문무일 대전지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려 전격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경남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넘지 못하면서 오히려 언론보다 한두발짝 더 뒤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언론과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핵심인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다가서지 못하는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 전 회장은 메모지에 친박 핵심인사 6명의 이름과 건넨 금액으로 보이는 액수까지 적어놨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설명된 것은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홍문종 의원이 전부다.

여기에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의 경우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적용할 수 있는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인 5년을 훨씬 넘어 사법적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사례는 홍문종 의원 한 건 밖에 없지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성 전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됐고, 홍 의원은 금품수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이번 의혹의 핵심 이슈중 하나인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홍문종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증명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홍 의원의 금품수수를 증명해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언론에서는 연일 성 전 회장이 비자금을 집행한 용처를 기록한 '뇌물장부'의 존재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뇌물장부 확보가 수사의 모든 것처럼 강조하고 있지만 수사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검찰인사들의 견해다.

발견된 '뇌물장부'에 홍 전 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하더라도 성 전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장부 내용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계좌추적 결과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여러 정황증거들이 일관되게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설혹 방대한 증거분석으로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하더라도 금품을 제공한 사람의 일관된 증언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구성된 증거는 사소한 반대 정황에도 무너지기 십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팀에서 저렇게 장부의 실체 규명에 힘쓰는 것도 장부가 혹시 숨겨져 있는 것인지, 완전히 인멸된 것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정교하게 퍼즐을 맞췄다 해도 예상치 못한 증거가 튀어나올 경우 모든 퍼즐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수사팀의 고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같은 한계는 홍문종 의원의 경우뿐만 아니라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검찰내부에서는 거론되는 8명 인사중 1명이라도 기소에 성공할지 미지수라는 비관론마저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 자체의 특성상 어차피 특검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 보다 '특검의 전 단계로서' 수사가 진행되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물론 '수사는 생물'이라는 고전적인 격언처럼 이번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귀결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소수의 검찰내부 인사들도 한결같이 전제하는 것이 '예상치 못했던 증거나 증인'의 출현이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도 "우리는 언제나 귀인의 도움을 기다리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gabob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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