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입에 '성완종 리스트 인사' 운명 달렸다

조성호 입력 2015. 4. 21. 19:26 수정 2015. 4. 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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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남기업 前 상무 첫 소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꼽힌다.

10년 넘게 성 전 회장을 보좌한 박 전 상무는 '성완종 리스트'의 진위를 가리는 과정의 핵심 참고인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 첫 번째 소환 대상자로 박 전 상무를 지목한 이유다. 리스트에 담긴 인사들의 운명이 박 전 상무의 입에 달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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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상무는 1997∼98년 추미애 의원의 국회 비서관으로 근무했고, 이후 4개 의원실에 근무한 뒤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입사 후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맡았으며, 비서·홍보 담당 부장과 상무로 근무하면서 성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는 특히 국회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성 전 회장의 정치활동을 관리·지원해왔으며, 정치권 인사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준호 전 상무가 21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재문 기자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인 지난 8일 밤 박 전 상무, 이용기(43) 비서실장 등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대책회의를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인 9일 오전 7시쯤 전화를 건 인물이기도 하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남긴 말들은 베일에 가려 있다. 자살을 결심하고 박 전 상무를 만났다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모종의 메시지를 남겼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정치권 금품로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비밀 장부'를 박 전 상무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페루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 = 연합

하지만 박 전 상무는 검찰청사에 출두하면서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제가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비밀 장부'의 존재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적 진실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한편 박 전 상무는 이날 예정된 출석 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때 소동을 빚기도 했다. 박 전 상무는 검찰에 나오기로 한 오전 10시30분까지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검찰이 오전 11시쯤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전달하면서 그가 조사를 거부한 채 잠적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박 전 상무는 출석 예정 시간보다 2시간가량 늦은 12시25분쯤 변호인과 함께 청사에 도착해 "법무법인의 조력을 받느라 늦었다"고 설명했다. 애초 변호인을 따로 두지 않았던 박 전 상무는 "한 분 계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남기업 측의 증거인멸 시도 등과 관련해 검찰이 이날 경남기업 본사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박 전 상무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변호인을 급하게 선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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