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뒤 8발 총격'..8개월전 '퍼거슨' 보다 더 충격적(종합)
흑인밀집 지역서 비무장 상태로 저항 못한채 숨져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7일(현지시간)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백인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 사건은 8개월전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사건보다 더 충격적이다.
퍼거슨 때와는 달리 백인 경찰이 등을 보이며 달아나는 흑인에게 8발의 총을 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시민 제보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가 받아들이는 충격의 강도는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이번에 사살된 흑인은 비무장 상태에서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등 뒤에서 백인 경관이 쏜 총에 맞고 숨졌다.
사건이 일어난 노스찰스턴이 흑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도 퍼거슨 사건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8월 발생한 퍼거슨 사건은 퍼거슨시 백인 경찰 대런 윌슨(29)이 순찰 중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당시 18세)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증언 등에 따르면 윌슨은 도로에서 벗어나 보도로 걸어가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브라운의 목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다 브라운에게 권총 두 발을 발사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게 이유였다.
윌슨 경관은 총상을 입고 도망가는 브라운을 뒤쫓아가 최소 6발 이상을 더 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이후 성난 흑인 시민의 소요 사태가 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퍼거슨 사태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문제를 다시 한번 전면에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흑인이 퍼거슨시 인구의 70%나 차지하지만 흑인 경찰은 전체 시 경찰 53명 중 3명에 불과한 현실, 흑인을 무조건 범죄집단시 하는 미국의 사법 관행 등 구조적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번 노스찰스턴 사건 역시 유사하다.
미 언론 등에 따르면 백인 경관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가 교통위반 단속을 하던 중 벤츠 승용차를 타고 가던 비무장 흑인 월터 라머 스콧(50)을 멈추게 하고 전기 충격기로 폭행한 뒤 총격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슬레이저 경관 역시 스콧과 몸싸움을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보고했으나, 지나가던 시민이 유족에 제공하고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 공개된 영상은 이런 보고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의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을 보면 스콧과 몸싸움을 했다는 슬레이저 경관의 진술과 달리 슬레이저는 등을 돌려 달아나는 스콧에게 정조준 자세를 취하며 무려 8발의 권총을 발사하는 것으로 나온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수사 당국은 슬레이저 경관을 곧바로 체포했으며 슬레이저의 변호사는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퍼거슨과 마찬가지로 노스찰스턴 역시 인구 10만명 중 거의 절반이 흑인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 비율이 높은 도시다.
다만 퍼거슨 사건 때와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는 결정적인 영상이 있는 만큼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퍼거슨 사건 때에는 경관 윌슨과 흑인 청년 브라운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진 과정을 두고 윌슨과 당시 현장 목격자들 간 진술이 엇갈리는 등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논란 끝에 윌슨 경관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수사 석달만에 불기소 처분으로 풀려났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퍼거슨 사태만큼 파장을 일으키진 못했더라도 그동안 미 전역에서 비무장 시민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 사건은 심심찮게 발생해왔다.
최근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9월 뉴욕에서 담배를 밀매하던 흑인 에릭 가너(43)를 경찰이 체포하려다 저항하자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다.
가너의 유족은 목 조르기가 고의적인 살인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뉴욕 대배심은 지난해 12월 경찰에 대해 퍼거슨 때와 마찬가지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9일에도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외곽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백인 경관 로버트 올슨이 쏜 총에 비무장 흑인 앤서니 힐이 숨지는 등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만해도 올들어 5건, 지난해 퍼거슨 사태 이후까지 합치면 16건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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