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미 의회에 서는 아베..주변국에도 고개 숙이나

2015. 3. 2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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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이유로 발목 잡던 의회..'선물' 앞에 입장 바꿔 미일 신 밀월관계 상징..고노·무라야마 담화 언급 미지수

'과거사' 이유로 발목 잡던 의회…'선물' 앞에 입장 바꿔

미일 신 밀월관계 상징…고노·무라야마 담화 언급 미지수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끝내 미국 의회 연단에 오르게 됐다.

일본 총리로서는 54년 만의 의회 연설인데다가, 사상 처음으로 상·하 양원을 모두 소집한 가운데 연설을 하는 '영예'를 얻게 됐다.

이는 신(新) 밀월관계로 일컬어지는 미·일 관계의 질적 변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이벤트'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부터 25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108명의 정상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했으면서도 2차대전 당시 태평양을 전장으로 전쟁을 벌였던 당사자인 일본의 정부 수반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전후 일본과 안보동맹이 강화되고 경제협력이 심화했지만, 진주만을 침략한 일본의 지도자에게만큼은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상·하원에서 연설하는 기회를 허용할 수 없다는 미국 내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이 무산된 것도 '과거사' 때문이다. 일본 총리가 과거 태평양 전쟁 당시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행위는 전후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려는 '도발'이라는 인식이 미국 조야에 팽배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2012년 2기 출범 이후 친미(親美) 일변도의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굳게 닫혔던 미국 의회의 '빗장'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신 고립주의 출현과 재정압박 흐름 속에서 '힘'과 '돈'이 빠진 미국에게 확실하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명실상부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질서를 함께 유지하는 안보 파트너이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경제의 동반자로 일본의 위상과 역할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경제에 가장 민감한 의회로서는 TPP 자체가 큰 선물이다. 미국 주도의 거대한 시장과 경제공동체가 출현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또 국방예산 삭감 흐름 속에서 동맹인 일본의 역내 안보 역할 확대는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선물'을 바탕으로 일본은 백악관은 물론 미국 의회를 상대로 상·하원 합동연설을 성사시키고자 전방위로 로비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아베 정권으로서는 과거사 족쇄에서 벗어나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서의 일본'을 미국으로부터 공식 인정받는 상징적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주목할 대목은 아베 총리가 이번 연설 기회에 과거사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견해를 밝힐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일 양국이 서로 '주고받기' 외교를 통해 자축하는 분위기로 흐르기에는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 갖는 연대기적 의미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연설하게 될 하원 본회의장은 진주만 침공 이튿날인 1941년 12월8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對)일본 선전포고를 한 '치욕의 날'(a date which will live in infamy) 연설을 했던 곳이어서 그 상징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전쟁의 당사자로서 미국을 상대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정한 '매듭짓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일본 역대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진주만 습격을 비롯해 전쟁 당시 포로와 민간인들을 상대로 가했던 비인간적 행위를 공식으로 사과하고 미래지향적인 미·일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자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관전포인트는 주변국에 대한 사과 여부다. 상·하원 합동연설은 반드시 미국민이 아니라 전 세계를 '청중'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만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침략을 당한 주변국에 대한 메시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이번 방미 기회에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표명함으로써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와 오는 9월에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미가 예정된 점이 오바마 정부에게는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들은 "일본이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두 차례의 과거사 관련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미 한인단체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베 총리의 의회연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것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이웨이' 식으로 역사수정주의 행보를 걸어온 아베 총리가 이번 기회에 과연 주변국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진정성 있고 명백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할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7월 호주 캔버라 연설처럼 '호스트' 국가에만 사과하고 주변국에 대한 침략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태도를 보일 경우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번 연설에 과도한 기대를 걸기보다는 8·15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까지 염두에 두고 '긴 호흡'으로 다각도의 대일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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