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9호선 첫 출근길, 현명한 시민 덕 '지옥철' 면했다(종합)

유제훈 입력 2015. 3. 30. 09:23 수정 2015. 3. 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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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분산용 '무료버스' 타는 시민도 적잖아.."우려했던 것 보다는 혼잡 덜하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정현진 기자] 지하철 9호선이 30일 2단계 연장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역) 개통 이후 첫 출근일을 맞아 예상대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출근전쟁'이란 말이 현실화됐다.

다만 수요분산을 위해 막판 서울시가 마련한 직통 광역버스 등의 대안을 선택한 시민들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려보다는 혼잡이 덜해 '지옥철' 수준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전 5시31분 첫 차가 출발하는 시각, 개화역과 김포공항역은 거의 혼잡하지 않았다. 다른 역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출근시간대가 다가오면서 7시 전후부터는 혼잡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오전 8시께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이 역에 멈춰선 급행열차에는 사람이 설 곳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꽉 들어찬 광경이 눈에 띄었다. 이어진 당산역부터는 전동차에 탑승한 승객들조차 몸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스마트폰으로 출근길에 벌어진 지옥도를 피하려던 시민들은 잠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본격적인 '혼잡'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지하철이 계속 남진(南進)할 수록 혼잡은 심해졌다. 여의도역 부근이 되자 하차하려는 승객들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승객들과 부딪히고 실랑이를 벌여가며 겨우 내릴 수 있었고, 탑승하려는 시민들은 플랫폼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열차를 보내야 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전동차에 커다란 '백팩'을 멘 승객이 등장하면 일순 주변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그러나 다행히 예상됐던 대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신논현 역에서 내린 직장인 최덕기(31)씨는 "여전히 붐비기는 하지만 평소에 빚어졌던 것 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듯 하다"며 "대혼잡을 우려한 사람들이 조금 일찍 출발하거나, 무료버스 등을 이용하면서 승객이 조금 분산된 듯 하다"고 말했다. 동작역에서 내린 승객 이은영(27·여)씨도 "걱정했던 것 만큼 붐비지 않아 다행이었다"며 "평소 걸리던 시간 대로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상됐던 혼잡이 빚어지지 않은 데는 시민들의 역할이 커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승객 중에는 혼잡을 우려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대체 노선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신은희(39·여)씨는 "연장구간이 개통 돼 혼잡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해서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왔다"며 "평소 나오던 시간이 아니어서 오늘 사람이 더 많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박모(65)씨도 "지하철을 타면 14분만에 여의도에 올 수 있지만, 오늘은 혼잡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해 버스를 탔다"며 "10여분 정도 더 걸렸지만 편안히 도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촌극이 빚어진 것은 애초에 지하철 수요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9호선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지하철 9호선의 하루 평균 승객 수를 24만~31만여명으로 예측하고 도입 전동차 물량을 198량으로(1단계 개통시 96량)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개통 후 실제 승객은 이보다 16~37% 많은 38만4000여명(지난해 기준)이었다. 2단계 구간 연장 이후에는 연말까지 일평균 16만명에 달하는 승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극심한 혼잡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가 승객을 분산하기 위해 내 놓은 '무료버스'는 홍보부족에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날 아침 시간대만 해도 8663번 무료 급행순환버스(가양역~여의도역)나 무료 직행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은 거의 없었지만, 본격적인 출근시간대가 임박하자 가양역 일대에 비상 대기 중인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승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일부 버스는 만석(滿席)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가 8시 10분께 직접 출근전용 직행버스를 타 보니 가양역에서 여의도역 까지 정확히 30분이 소요됐다. 시가 예측한 대로다. 버스 역시 4~5분에 한 대 씩 배차가 될 정도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다만 시가 예상했던 버스 출발시간과는 차이가 있는 듯 가양역 버스 출발안내도에는 시간을 고친 흔적이 역력했다.

8663번 급행순환버스 승객 강진경(27·여)씨는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려는데 (역내)방송에서 무료버스가 있다고 해서 버스로 옮겨탔다"며 "9호선을 탈 때마다 눌려서 죽을 것 같았는데, 15분 정도 더 걸리더라도 버스로 가는게 낫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많은 승객들은 '환승'의 불편함과 정시성 문제를 들며 버스 대신 지하철을 선택하고 잇었다. 가양역에서 만난 고등학생 김동호(18)군은 "버스에 타면 학교에 갈 수 있기는 하지만, 도로 상황에 따라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며 "나와 있는 공무원에게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는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꽉 끼어가더라도 지하철을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원순 시장은 오전부터 가양역 등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비상근무 중인 관계자들을 격려 했다. 박 시장은 "대체버스 운행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급행순환버스 8663번에 잠시 탑승했다가 다른 현장으로 이동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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