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추락 의혹' 부기장, 옛 애인에게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게 될 것" 말해

입력 2015. 3. 29. 16:50 수정 2015. 3. 29. 22: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저먼윙스 여객기 사고뒤

시력장애 진료기록도 나와

"모든 사람이 나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지난 24일 스페인에서 독일로 향하던 중 프랑스의 알프스 산악지대에 추락해 탑승객 150명이 모두 숨진 저먼윙스 여객기의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가 옛 여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일부러 비행기를 추락시켰다는 정황이 짙어지면서,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배경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특히 그가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시력 질환 등 심신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그에 따른 극단적 선택이 끔찍한 비극을 불러왔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마리아(26)라는 이름만 공개된 루비츠의 옛 애인이자 직장 동료는 28일 독일 대중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루비츠가 '모든 시스템을 바꿔놓을 뭔가를 하겠다, 모두가 내 이름을 알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마리아는 "그 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됐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루비츠가 달콤한 남자였으며 꽃을 선물하곤 했다"며, "그러나 때론 급여 수준이나 직무 스트레스 같은 근무환경에 대해 말했으며, 밤에 자다가 '추락한다!'고 외치며 깨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앞서 27일 루비츠가 평소 우울증 치료를 숨겨왔던 사실이 독일 수사당국의 가택 압수수색으로 밝혀진 데 이어, 그가 안과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뉴욕 타임스>는 28일 독일 수사당국을 인용해 "루비츠가 시력 장애로 진료를 받았으며, 그 질환이 항공기 조종 업무에 장벽이 됐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루비츠의 안과 질환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또 그것이 심리 상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그의 시력 장애가 심리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리아는 "만일 루비츠가 고의로 비행기를 추락시켰다면, 그가 자신의 건강 문제 때문에 루프트한자의 기장으로 장거리 노선을 비행하는 '큰 꿈'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츠의 소속사인 저먼윙스는 유럽 최대의 항공그룹인 루프트한자 계열의 저가항공사다. <빌트>는 마리아의 뒷모습 사진을 실은 기사에서 "마리아는 지난해 5개월 동안 루비츠와 함께 비행 근무를 했으며, 루비츠는 마리아와 헤어진 뒤 다른 애인과 사귀었다"고 전했다.

저먼윙스 여객기 고의추락이 조종사의 심신장애 탓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항공·핵발전 등 공공 안전과 직결된 업종에선 정신질환 병력자들의 고용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정신질환의 범위가 워낙 넓고 해당자가 많은데다, 선진국일수록 질병이나 장애를 이유로 한 고용 차별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치료를 비롯한 의료기록은 특히 민감한 개인정보여서 사전에 자세한 병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사고 이후 우울증 환자를 사회적으로 낙인 찍고 기피 인물로 일반화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사이먼 웨슬리 영국 왕립정신과 의대 학장은 항공사와 항공감독당국들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조종사로 일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라는 세간의 요구에 대해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웨슬리 학장은 "우울증을 앓는 조종사들을 치료해 봤다"며 "회복된 이들을 지금도 관찰하고 있는데, 내가 치료한 두 명은 업무에 복귀해 매우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울증 병력자들은 무엇이든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팔 골절상을 입었던 사람들이 뭔가를 해선 안된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며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공격적 성향의 자살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쓰레기 발언' 이정현 "촌놈이라 과한 표현 썼다"배고파 친구 급식 카드로 밥 먹으려다 '삐~'[만평] '그림판' 몰아보기…홍준표, 상처에 소금?[화보] 사람 잡는 키스…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니?[화보] '80년대 책받침'을 평정한 스타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