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빨간 가방'의 진실

손진석 기자 2015. 3.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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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별세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생전에 두툼한 빨간 가방〈사진〉을 항상 들고 다녔다. 누군가 가방 속 내용물을 물어보면 그는 농담조로 "날카로운 손도끼가 들어 있는데, 그걸로 말썽부리는 자들을 혼내주려고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빨간 가방의 내용물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사후(死後)에 완전히 풀렸다.

1997년부터 4년간 리 전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헹 스위킷 현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24일 트위터에 빨간 가방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헹 장관은 어느 날 리 전 총리가 빨간 가방을 두고 사무실을 나갔을 때 외부에서 그의 지시를 받고 가방을 열어본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가방 안에는 연설문 초안, 외국 정상들과의 대화록, 갖가지 정책에 대한 구상을 적은 메모가 가득했다. 회의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 가방은 두께가 14㎝에 달해 서류 가방치고는 용량이 큰 편이었다.

리 전 총리는 사소한 아이디어나 고민도 떠오르는 대로 메모해서 가방에 담아뒀다.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무를 보고 떠올린 생각들을 기록해서 가방에 담는 모습을 봤다고 헹 장관은 소개했다. 빨간 가방이 싱가포르를 발전시키기 위해 리 전 총리가 고민한 것들을 모두 담고 있는 '국정 파트너'였던 셈이다.

헹 장관은 "리 전 총리는 잠들기 전까지 고민한 국정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적어서 가방에 담은 다음 아침에 와서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곤 했다"고 밝혔다.

리 전 총리는 빨간 가방에 대한 애착이 컸다. 몇 해 전 심장수술을 받았을 때 병원에 누워 "가방 가져오라"고 지시하기도 했고, 부인 콰걱추 여사를 사별한 날에도 이 가방을 갖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달 초 폐렴으로 입원하기 직전까지도 빨간 가방을 곁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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