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IB 가입 선언] 막차 놓치면 손실 더 커..'G2' 사이서 경제적 실리 선택했다

세종 2015. 3. 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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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계악화 고려해 막판까지 참여 여부 고심본게임 이제 시작.. 지배구조·지분 놓고 줄다리기상임 이사회·부총재 자리 등서도 물밑 협상 치열

지난 6개월여간 경제적 실리냐, 명분이냐를 놓고 미국과 중국(G2)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던 우리나라가 결국 경제적 실리를 선택했다. 그동안 양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우리나라가 창립회원국 신청 마감을 5일 앞두고 막차를 탔다. 다른 나라들의 참여 선언을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고심하다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 대세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창립회원국 프리미엄을 놓치면 경제적 손실도 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국이 AIIB 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다.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인프라와 관련해 건설·기술·자금·경험에서 우위를 갖고 있으므로 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직접 표명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참여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AIIB 참여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이 눈앞에 보임에도 전통적 우방인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명분은 국제기구로서 AIIB의 투명성 확보였다. 지배구조와 세이프가드 문제 등에서 국제금융기구로서 합리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며 공식 참여 선언을 계속 미뤄왔다. AIIB 참여국이 속속 늘어가면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AIIB 참여 시기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려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에게 AIIB 가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미중과의 관계를 고려해 마지막까지 가입 발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물꼬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텄다. 참여국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핵심 권한인 '거부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AIIB 가입 선언을 잇따라 이끌어낸 것이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고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3월 말로 다가온 창립회원국 가능 시한도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작 AIIB 가입을 중국 측에 통보했지만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그동안 요구하던 △적정한 지분 배분 △상임이사회 설치 여부 △부총재 확보 등 3대 핵심쟁점이 아직까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배구조와 직접 연결되는 지분 배분 문제는 오는 6월 협정 서명문 때까지 치열한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AIIB 참여 결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던 만큼 창립회원국으로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지분율 확대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AIIB에 참여하는 데 있어 가장 뜨거운 쟁점은 지분 배분 비율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 미국과 일본이 각각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가 5%를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AIIB에 대한 중국 지분이 50%를 넘어설 경우 AIIB 운영과 사업감독에 대한 투명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AIIB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이는 특정 국가의 지분을 분산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분이 분산되면 환경, 노동, 양성평등, 세이프가드(안전장치) 등에 대해서도 글로벌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를 상임화하는 것도 큰 과제다. 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자협력기구는 운영의 투명성과 자금집행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임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IIB는 비상임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AIIB 총재는 중국이 맡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부총재 자리가 몇 개로 결정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의 기여도를 감안한다면 부총재직 하나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의 지분을 최대한 받아내고 중국 지분을 낮추면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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