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대형 인프라 사업 참여로 '아시아 붐' 기대
우리나라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행은 중국을 외면해서는 우리경제의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긴박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핵심동맹국 미국이 AIIB가입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온 점에 큰 부담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로서는 외교와 경제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러나 영국에 이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AIIB 참여를 선언하면서 우리 정부도 운신의 폭이 커졌다.
지난해 10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린 가운데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왼쪽)이 연설하고 있다. 당시 21개국 대표들이 참석해 양해각서에 서명했고, 우리 정부는 불참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번 가입결정은 침체에 빠진 우리경제의 대형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AIIB에 가입하면 전반적으로 한·중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고 아시아 개도국의 인프라 사업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국내 기업들은 2020년까지 최소 5조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확 열리게 된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로 인프라 건설뿐만 아니라 전력, 통신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도 강화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양국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AIIB 가입은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금융무대에서 한국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AIIB는 우리가 설립 때부터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라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AIIB는 우리의 금융외교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향후 협상과정에서 동맹국인 미국 달래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중국은 AIIB의 지분중 50%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대외적으로 지적해온 '중국 독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배구조개선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IIB 내에서 지분을 최소 6%까지 획득, 인도(약 19%추정)에 이어 3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개발은행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13년 10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설립을 제안한 게 시발점이다. 중국은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AIIB의 목표로 내걸었지만, AIIB를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의 대항마로 세워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를 견제하기 위한 복안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국가별 지분은 국내총생산(GDP) 등을 기준으로 산정될 예정이고, 지배구조는 총회와 이사회·사무국으로 구성됐는데 기존 다자개발은행(MDB) 사례 등을 참고해 결정될 전망이다. 운영 원칙은 포용·개방·투명·공정성 등이다. 환경·노동 등 세이프가드와 수혜국 부채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도 MDB의 사례를 참고해 결정된다. AIIB는 MDB와 마찬가지로 융자와 지급보증, 지분투자 등을 통해 개발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서아시아와 북한 등 아시아의 낙후 지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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