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英 AIIB 가입에 동요하는 유럽..獨·프랑스도 재검토

유한빛 기자 2015. 3. 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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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우). /블룸버그 제공

"실리냐 명분이냐." 국제관계에선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돈 문제가 얽히면 더더욱 그렇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가 국제 외교가를 달구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까지 AIIB에 가입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각) 외교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2일 영국의 가입 선언이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다.

AIIB는 중국이 주도해 설립하는 아시아 지역의 국제 투자은행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맞서기 위한 국제기구로,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지역에서 IMF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역할을 대체하는 게 목표다. 초기 자본금 500억달러를 중국이 대고 이후엔 회원국들의 출자를 받아 자산 규모를 100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까지 인도,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중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9개국 등 20개국이 AIIB에 가입하기로 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1월 가입 의사를 밝혔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제 규모가 크지 않다.

중국의 경제력과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잠재력을 생각하면 가입을 원하는 나라는 많았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 2013년 중국 정부가 AIIB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회원국을 모집하자 미 정부는 한국과 호주, 유럽 우방국들에게 불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IIB 설립은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지나갈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은 영국이다. 주요 7개국(G7) 중에선 처음으로 AIIB 가입을 확정했다. 영국은 2003년 이라크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했을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지만, 경제 문제에선 의리보다 실리를 택했다.

영국발(發) 폭탄 선언은 주변국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불참을 선언했던 호주도 다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호주 정부는) 매우 신중하게 AIIB 가입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주 전후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시드니대 중국연구센터의 케리 브라운 센터장은 "영국의 가입이 호주 정부가 이전의 (불참) 결정을 재고할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과 군사적으로 긴밀한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불참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중국과는 무역과 관광산업 등 경제적으로 밀접한 만큼, 중국과 사이가 틀어졌을 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AIIB에 가입한 아시아 국가들이 뭉치는데 한국만 빠지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 정부는 AIIB 창립멤버가 되려면 이달 말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며 마감일까지 정해 한국 등을 압박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주요 우방인 한국과 호주가 모두 AIIB에 가입한다면 미국 정부 입장에선 정치적 충격이 클 것이라고 포브스는 전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을 의식해서다.

이와함께 중국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반대 입장을 거듭 전달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 초강대국 사이에서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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