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왜 매번 지는가]성완종 파문 대응, 여당에 말려.. 국민에 '대안' 인정 못 받아

박영환 기자 입력 2015. 5. 3. 22:19 수정 2015. 5. 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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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근본 원인은 무능

▲ 이완구 인준·세월호 시행령 등 '전략 부재' 무기력 노출경제통 의원도 부족…유권자 잡을 야당의 '콘텐츠' 절실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재·보궐선거 완패는 야권 분열이란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야당, 야당의 무능이라는 현실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게 다수의 평가다.

불리한 선거 구도를 극복하기는커녕 이번처럼 나름 해볼 만한 기회가 와도 치밀한 전략과 정책 준비 등 살릴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새 '무능 야당' 비판은 일상이 되어 버렸고, 정부·여당이 실정과 독주를 거듭해도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에 신뢰를 보내지 않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12일 4·29 성남 중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재·보선 과정에 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새정치연합 대응은 전략도 의지도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새정치연합은 친박 핵심 8명이 연루된 금품수수 의혹을 정권 심판론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당내에 '친박 게이트 대책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었지만 언론 보도를 읽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건 실체를 밝히려는 당 차원의 노력은 전무했고, 그 결과 오히려 "야당도 찔리는 게 있을 것"이란 여론이 힘을 얻었다.

특히 논란 초기 특검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노무현 정부 특별사면을 끌어들여 물타기에 나선 여당에 제대로 대응도 못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이라며 선을 긋지도, 이 기회에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며 정면으로 돌파하지도 못한 것이다.

최대 접전지였던 서울 관악을에서 벌어진 투표 직전인 지난달 28일 유세도 새정치연합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유세에서 박근혜 정권 심판과 야권 분열의 종결을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정태호 후보 공약이나 장점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당시 관악의 한 주민은 "심판론 속에서도 지역을 위해 뭘 하겠다는 야당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아직도 1980년대식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도 대패했다. 당시 세월호 가족인 김영오씨는 재·보선 다음날 일기에서 "야당은 강하게 어필하지도, 밀어붙이지도 않았어요. 도대체 유가족을 위해 일을 한다고 하는데 무슨 일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네요. 무능한 당 지도부의 결과물입니다"라고 적었다.

새정치연합이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본 배경에는 의원들의 무능과 무기력이 자리 잡고 있다. 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유능한 경제정당'을 목표로 제시하고 경제 행보를 이어왔지만 당내 경제통이라고 할 만한 인사는 장병완·백재현·홍종학 의원이 전부다. 관료 출신 전문가는 장 의원이 유일하다. 새누리당 의원 중 경제 전문가는 10명이 넘고 경력도 관료는 물론 학계·연구소 등으로 다양하다.

뭐 하나 해낸 것도 없다. 지난해 연말정산 법안을 여당과 함께 통과시키고는 뒤늦게 '세금 폭탄'이라며 정치 공세를 폈고,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우왕좌왕하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인준에 들러리를 섰다. 천문학적 재원을 낭비한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 청문회는 성사시키지도 못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유족·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강행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3일 "이번 4·29 재·보선에서는 솔직히 전략·기획·홍보에서 모두 졌다"면서 "'무능 야당' 프레임에서 벗어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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