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그동안 4·29 재·보궐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혀왔던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 전 의원의 출마로 이번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1명에, 야권에선 정 전 의원을 포함해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정의당 이동영, 노동당 나경채, 무소속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 등 5명이 맞붙게 됐다.

정 전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바꿔 출마하게 됨에 따라 관악을 보궐선거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의 3파전 양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9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탈당한 정 전 의원의 관악 출마와 관련, "우리 당에 불길(지지율)이 다시 타오르는 상황에서 (정 전 의원 측이) 다른 불씨를 만들겠다고 호호 입김을 부는 것을 보고 국민이 얼마나 공감하겠느냐"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관악을이 전통적으로 야권 강세 지역이긴 해도, 야권 후보들이 복수로 출마해 표가 갈리게 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주변에서는 정 전 의원의 출마로 야당은 바짝 긴장하는 반면 여당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모두 관악을로 달려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관악을 지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태호 후보는 우리 당의 손꼽히는 정책통이고 전략가다. 김대중 대통령이 발탁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인정한, 경력과 능력에서 체급이 다른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전 장관의 출마와 관련해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정태호 후보는 정 전 장관을 겨냥해 "본인의 정치적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 정치인까지 관악을 기웃거리고 있다"며 "'떴다방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무릅쓰고라도 출마를 한다면 그 최종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이듬해 2009년 4·29 재·보선에서 공천 갈등 끝에 탈당해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 후보로 당선됐고,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야권분열은 패배"라며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는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지지세력을 모으지 않고 지지세력을 쪼개고 나누는 데 앞장서서는 '너 죽고 나 죽자'로 귀결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선 정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전통적 야당 강세 지역이었던 관악을이 정 전 의원의 출마로 야권의 표심이 갈리면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관악을은 13대 총선 이후 27년 동안 야당이 독점했다. 주민들은 7번이나 야당 국회의원을 뽑아줬는데 야당은 이념 논쟁에 빠져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해야 할 도리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악의 경기 침체가 계속됐다"고 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 총선 때 야당이 종북세력과 무분별하게 손잡고 선거 연대 후보 단일화란 정치적 과오를 저지른 일 때문에 있게 된 선거"라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수호하는 관악구 주민들이 엄중한 심판을 해주길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후보는 "관악은 참담하리만큼 낙후되고 위험한 지역"이라며 "모든 것이 27년간 7번에 걸쳐 야당 출신 국회의원 배출한 지역으로써, 일하지 않고 이념에만 분열과 갈등 조장하는 세력들 (때문이다). 반성하지 않은 야당은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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