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車 복합할부금융..소비자 부담 커질까

변기성 기자 2015. 3. 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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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방위 압박에 삼성카드 마저 취급 중단…복합할부 폐지수순

조선비즈 금융부 변기성 기자입니다. 지난 2월초에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간 갈등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 싸움에서 '국내 1위 자동차업체'라는 힘을 가진 현대차가 압승했습니다. 자동차 복합할부상품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예정입니다. 이런 결과가 관련 업계와 소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복합할부가 뭐길래 현대차는 물론 카드사, 캐피털사까지 나서 지난 1년간 싸움을 벌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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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 뒤치락' 현대차-카드업계 복합할부戰 관전기<2015.2.1>

◆ 현대차 '할부금리 자체 할인+가맹점 계약 해지 불사'에 여신업계 무릎

자동차 복합할부가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상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폐지 되는 이유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의 강력한 위상 때문입니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다 보니 현대·기아차와의 가맹점 계약 해지는 카드사들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BC카드, 신한카드 등이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에서 맥을 못추고 잇따라 손을 들어버린 배경입니다. 삼성카드의 경우도 재계 라이벌인 현대차와 삼성의 싸움이라 관심이 쏠렸는데, 처음에 보인 결기와는 달리 역시 싱겁게 끝났습니다.

삼성카드는 현대차 계열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복합할부 취급액이 가장 많았던 만큼 현대차와의 일전을 준비했었습니다. 2013년 카드사별 복합할부 취급액을 보면 1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현대카드(41.3%)를 제외하면 삼성카드가 1조3000억원(28.2%)으로 가장 많습니다.

삼성카드(029780)는 현대차의 수수료율 인하 논리를 무력화하기 위해 신용공여 기간을 기존 2~3일에서 일반 상품과 같은 한 달까지 늘린 새 복합할부 상품을 준비합니다. 문제는 이 전략이 너무 빨리 언론에 공개돼 버린 것이었죠. 가맹점 계약 연장 협상까지 두 달 이상 남은 시점이었으니까요.

현대차는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고 자체 할부금리 할인을 통한 물량 공세에 나섭니다. 전 차종의 할부금리를 1%포인트 낮춰버립니다. 이는 기존 복합할부 상품이 가진 소비자 할인 효과를 일시에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게 삼성카드 복합할부 취급을 중단하게 된 결정타였습니다. 결국 삼성카드는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을 유지하되 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중단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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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신용공여 기간 늘린 新복합할부로 현대차에 '맞불'<20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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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등에 불 떨어진 카드-캐피털 업계…마이너스 할부금리, 조직개편까지

현대차 계열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나머지 캐피털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복합할부 상품을 통해 현대캐피탈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면서 짭짤한 수익까지 올려왔는데, 그 길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죠.

캐피털사들은 최근 새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등 돌파구를 찾느라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입니다. 아주캐피탈과 KB캐피탈 등 대형 캐피털사는 지난 12일 한국GM과 손잡고 '마이너스 할부'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 할부상품으로 한국GM의 '스파크'를 구입하면 월 할부금을 1% 깎아줍니다. 이런 마이너스 할부 상품이 이번에 처음 출시된 것은 아니지만 복합할부가 급속히 성장한 지난 2~3년간 캐피털업계에서 찾기 힘든 상품이었습니다.

아주캐피탈은 지난 10일 오토금융부문을 승용차영업 위주의 리테일본부와 상용차 전문 부서인 커머셜본부로 나누는 조직개편도 시행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복합할부 폐지로 인한 대응책이라는 분석입니다.

자체 할부금융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신한카드는 자체 자동차할부 상품 출시와 함께 이와 관련된 인력과 조직개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도 이달 초 오토마케팅 조직을 신설하고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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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캐피탈, 경차 스파크 "할부금 1% 할인"<2015.3.12>

◆ "저신용자는 차 살 때 비싼 할부금리 내야" vs "복합할부는 차 가격 상승 부메랑"

업계 전문가들은 복합할부 상품 폐지로 소비자의 금융혜택은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대금의 15%를 선수금으로 낸 24개월 할부상품의 평균금리가 6.9%일 때, 복합할부 금리는 이보다 0.4%포인트 낮은 6.5% 수준입니다. 여기에 완성차 제조사가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1.85~1.9%)중 0.2%포인트 정도를 고객에게 캐시백·포인트로 돌려주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현재 제공하는 금리는 복합할부 보다 낮습니다. 최근 전 차종의 할부금리를 1%포인트 낮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시장지배력을 감안하면 이런 프로모션은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복합할부 상품을 사실상 폐지되고 나면 현대차도 특판 금리를 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6월 복합할부 폐지를 놓고 열린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복합할부는 은행 대출이나 현금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 낮은 할부금리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며 "할부금융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게 되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상품이 나오기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복합할부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가 카드사에 불필요한 수수료를 납부해 왔다"며 "이는 곧 소비자에게 품질 저하나 자동차 가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의 설명 처럼 복합할부 폐지가 진정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올 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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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협회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과도, 금융당국 공정한 판단 필요"<201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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