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 피습..흉기가 된 '극단적 민족주의'

입력 2015. 3. 5. 20:10 수정 2015. 3. 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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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리퍼트 대사, 오른뺨 베이고 왼팔 찔려…생명 지장없어

체포된 김기종씨 "한·미훈련 반대…혼자서 범행 준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한-미 연합훈련 반대 등을 주장하는 김기종(55)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에게 흉기로 피습당해 얼굴과 왼팔을 크게 다쳤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위 외교관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한-미 관계는 물론 범행 동기 수사 등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리퍼트 대사는 아침 7시40분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장 홍사덕)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연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강연을 앞두고 식사하던 중 25㎝ 길이의 과도를 든 김씨에게 습격당했다. 김씨는 리퍼트 대사의 뒤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대사를 밀쳐 눕힌 뒤 상체에 올라타고 흉기를 휘둘렀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뺨을 11㎝ 베이고, 왼팔에 3㎝ 크기의 관통상을 입고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은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돼 2시간30분간 수술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얼굴을 80여 바늘 꿰매고 손상된 왼손 신경과 힘줄을 봉합했다. 다행히 (흉기가) 경동맥을 비껴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기능적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체포된 김씨는 독도수호운동 등을 하는 문화단체 우리마당 독도지킴이의 대표다. 김씨는 사전 등록 명단에는 없었지만, 지난달 13일 민화협이 소속 181개 단체에 일괄 발송한 초청장을 받은 뒤 범행을 준비했다고 한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경찰이 수사중이지만, 그가 이날 피습 현장에 들고 간 유인물, 검거 뒤 발언, 과거 행적 등을 볼 때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돌출적 범행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씨는 강연장에 가져간 유인물에서 '남북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해라!' '우리나라에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켜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주장에는 마냥 침묵한다' '광복 70년이라면서 군사주권 없는 우리의 처지가 비통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체포된 뒤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전쟁훈련 때문에 이산가족이 못 만나지 않습니까. 키리졸브 훈련 반대합니다. 전쟁훈련 중단해야 합니다. 과거 팀스피릿 때처럼 전쟁훈련 중단합시다"라고 수차례 외쳤다. '왜 폭력을 썼느냐'는 질문에는 "전쟁에 반대하니까. 전쟁보다 더 큰 폭력이 어딨냐"고 답했다. 언제 계획했는지, 공범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열흘 전부터 했다. 같이 하면 큰일난다"며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윤명성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김씨는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찌르지 않고 겁만 주려고 했는데, 대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공개 석상에서 "일본 천황을 죽여야 한다", "지구상에서 미국은 없어져야 한다"는 등 과격한 발언과 돌출적 행동을 자주 하고, '독립운동가'로 자처하는 등 자기과시 성향이 강했다고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김씨는 2010년 7월 '한-일 공동 번영'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에게 독도를 상징하는 길이 10㎝와 7㎝ 크기의 콘크리트 조각을 던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미수와 상해(흉기 소지), 외국사절 폭행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김씨를 계속 조사하는 한편 김씨 사무실과 전화 수·발신 내역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범행 동기와 배후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용 이재욱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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